◆ 관세전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은 상호관세 부과 이후 상황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예 조치는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을 밀고 가면서 더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것보다 유예를 결정한 뒤 상황을 지켜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CNN에 따르면 9일 오전(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 국채의 매도 급증에 대한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채권시장의 심상치 않은 조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글을 적기도 했는데, 그 당시까지만 해도 최종 결정을 내린 시점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후 채권시장이 지속적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90일 유예'라는 결단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상호관세를 유예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다"고 답변했다.
'국채시장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국채시장을 보고 있었다.
국채시장은 매우 까다롭다"며 "내가 어젯밤에 보니까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고 말했다.
사실상 미 국채 투매 현상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주요 이유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며칠간 '꽤 침울했던' 금융시장이 이날 반등했다면서 "그건 꽤 큰 변화다.
내가 생각하는 단어는 유연성이다.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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