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냐, 편의점이냐'를 두고 논란이 된 이랜드 킴스편의점.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작은 점포였던 편의점이 면적을 넓히고 신선식품을 늘리면서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슈퍼는 생활용품 비중을 늘리면서 편의점 고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

편의점과 슈퍼 모두 오프라인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의 서비스나 매장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영역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슈퍼와 편의점이 기존 업태에서 벗어나 변신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 적용되는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유통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규제는 여전해 전문가들은 "합리적이고 객관적 기준 없이 업태를 구분하는 규제가 오프라인 산업 발전을 늦춘다"고 지적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은 점점 슈퍼처럼 대형화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신규 출점 점포 중 83㎡(약 25평) 이상 매장의 비중이 2020년 17.6%에서 매년 늘어나 지난해 22.5%에 달했다.

통상 편의점 업계에서 83㎡는 대형 점포의 기준점으로 통한다.

새로 문을 여는 점포 5곳 중 1곳 이상이 대형 점포인 셈이다.


편의점이 점점 커지는 추세는 과일·채소·정육 등 신선식품을 비롯해 패션·뷰티 등 상품군을 다양화하며 일종의 '작은 마트'로 탈바꿈한 결과다.


반면 슈퍼마켓은 매장을 슬림화하고 기존 식품 위주에 필수 생활용품을 강화해 편의점을 주로 찾았던 '집 앞 손님' 끌어모으기에 올인한 상태다.

GS더프레시는 신규 점포의 표준면적이 대부분 90~100평 안팎이다.

200평을 훌쩍 넘는 전통적인 슈퍼마켓과 큰 차이를 보인다.

롯데·이마트 슈퍼도 '스몰 SSM'이 대세다.


편의점과 슈퍼를 구분하는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편의점은 식음료,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점포로 통용되며, SSM은 기업형슈퍼마켓으로 일반 소매점보다는 크고 대형마트보다 작은 규모의 슈퍼로 통한다.


이처럼 편의점과 슈퍼가 서로 '닮은꼴'로 변하고 있지만 편의점 혹은 슈퍼 등 업종에 따라 규제가 달리 적용돼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편의점에 비해 SSM은 각종 규제를 받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SSM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또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500m 내에는 출점이 불가능하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른 주말 의무휴업 규제도 받는다.

그러나 편의점은 업계가 스스로 정하는 자율협약을 따르므로 법적으로 제한하는 출점 규제가 없다.

또한 365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업종 구분에 따른 실익이 큰데, 이 둘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편의점으로 등록된 이랜드 킴스편의점이 정부로부터 업태가 '슈퍼'와 닮았다며 시정하라는 조치를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킴스편의점에 대해 판매 품목을 동종 편의점 업계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건물 내 컵라면 취식 공간 등 편의시설을 배치하라는 권고 사항이 담긴 행정지도를 내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편의점과 SSM을 구분하는 명확한 법은 없지만 전문가 회의와 현장 실사를 통해 행정지도를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유통 업계에서는 편의점이 대형화되고, 신선식품 비중을 늘리는 등 슈퍼처럼 변하는 상황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업태'를 제한한 것은 유통 서비스 발전을 저해한다고 우려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의 수요를 왜곡하고 유통 서비스 발전을 저해한다"고 했다.


[박홍주 기자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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