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27일 1단계 오픈
JR동일본, 개발 프로젝트 총괄
과거 철도기지에 5.8조원 투입
역 내리면 철길따라 5개 건물
로봇·드론 등 건물 사이 오가
쌍둥이 2개 건물 먼저 개관
사무실·호·쇼핑몰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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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관하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광장에서 바라본 더 링크필러1 남쪽동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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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관하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더 링크필러1 로비 모습. 미국 건축회사 피카드 칠튼이 설계를 맡았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도쿄 미나토구의 JR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역에 내리자 역을 마주하고 5개의 거대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착공을 시작해 5년 만에 문을 여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시티)’가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 것이다.
6000억엔(약 5조8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시티는 27일 일부 개장을 앞두고 25일 미디어 설명회를 열었다.
시티가 들어서는 곳은 과거 철도차량기지가 있었던 곳이다.
그에 앞서 에도 시대(1603~1868년)에는 ‘오키도’라 불리는 도쿄와 일본 각지를 연결하는 ‘현관문(게이트웨이)’이 있었다.
1872년 신바시-요코하마를 잇는 일본 최초의 철도가 운행을 시작했을 때는 바다 위 제방에 선로를 부설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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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관하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모습. 왼쪽의 더 링크필러1 을 시작으로 총 5개의 건물이 기차길을 따라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다. 아래는 JR전철과 신칸센 등이 운행되는 철도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한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동일본의 기세 요이치 사장은 “역사적·현대적으로 교통의 요충지인 이곳에서 지구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도출해낼 것”이라며 “이노베이션(혁신)의 요람 역할을 통해 100년 후에도 마음이 풍요로운 삶이 이뤄지는 지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티는 5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먼저 문을 여는 곳은 지상 29층과 30층의 쌍둥이 건물로 지어진 ‘더 링크필러 1’이다.
이곳에는 사무실과 국제회의장, JW매리어트 호텔, 쇼핑몰 뉴우먼을 포함한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다.
또 다른 복합건물인 ‘더 링크필러 2’와 고급임대아파트, 문화공간인 ‘몬 다카나와: 더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는 내년 봄 개장이 목표다.
전체 설계는 미국 건축회사 피카드 칠튼이 맡았지만, 문화공간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디자인했다.
JR동일본이 시티를 기획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이 광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이다.
이를 위해 사무동 3곳에 거대한 스타트업 공간을 만들고 ‘리쉬(LiSH)’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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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협업 공간인 리쉬. 내부에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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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쉬에 붙어 있는 협업 업체 명단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사무동 6층에 있는 리쉬에 들어서자 이곳과 협업을 시작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여기에는 일본 최대 벤처캐피털인 글로벌 브레인과 함께 도쿄대와 싱가포르국립대, 파스퇴르연구소 등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안쪽으로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랩(연구소)’ 시설도 준비가 된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JR동일본 관계자는 “JR동일본이 50억엔(약 49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 뿐 아니라 이곳에 입주한 기업과의 공동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국내외 스타트업 100곳 이상 유치가 목표인데 기준은 지구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더 링크필러 1‘의 사무동에는 일본 2위 통신회사인
KDDI가 본사를 옮겨 입주한다.
종합식품기업인 마루하니치로와 고베제강소도 이곳에 둥지를 튼다.
연내 2만여명의 인구가 여기서 일하게 된다는 것이 JR동일본 측 설명이다.
시티는 건물 곳곳에 혁신 기술을 준비했다.
우선 시티 전체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통신망이 느린 일본에서는 드문 일이다.
철도 길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설계된 건물 특성상 이를 오갈 수 있는 무인 교통장치도 마련됐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탈 수 있다.
시속 5km로 이동하는데 최대 3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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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링크필러1의 쌍둥이 건물을 잇는 게이트웨이 공원에는 자율주행모빌리티가 다닌다. 최대 3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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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건물 내외부를 오가며 음식을 포함해 다양한 물건을 배달해주는 딜리버리로봇. [도쿄 이승훈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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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부터 운행 예정인 드론 모형. 미국 아스카 제품으로 4명을 태우고 최대 400km를 비행할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건물을 잇는 지상 2층의 ‘게이트웨이 파크‘와 건물 내부 등을 오가는 배달 로봇도 운행한다.
2028년에는 4명이 타고 최대 400km를 날아갈 수 있는 유인 드론도 여기서 출발한다.
JR동일본의 교통카드인 ‘스이카(Suica)’는 사물인터넷(IoT) 장치로 바뀐다.
역 개찰구에서 스이카를 인식시키면 사무실에 에어컨이 켜지거나 레지던스 욕조에 자동으로 물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내년 봄 개장하는 문화공간에는 공연장과 미술관뿐 아니라 일본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인 ‘다다미 공간’이 마련된다.
여기서는 다양한 일본 전통 행사를 매일 체험할 수 있다.
꼭대기인 6층에는 족욕을 하면서 달을 볼 수 있는 테라스도 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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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관하는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더 링크필러1 모습. 왼쪽의 북쪽동은 지상 29층, 오른쪽의 남쪽동은 지상 30층의 쌍둥이 건물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시티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한 교통망이다.
우선 시티 내부로 JR 지하철이 들어오는 데다 하네다공항까지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신칸센을 탈 수 있는 시나가와역은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다.
2030년대 중반에는 이곳에서 시속 500km로 달리는 리니어 신칸센이 출발한다.
기세 요이치 사장은 “앞으로의 도시 개발은 효율성이나 합리성만으로는 말할 수 없다”며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 사회 미래를 생각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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