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애플 이사회 의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했다.
장기 재임을 제한하는 의결권 행사 원칙 탓에 해외 기업의 의장 선임에 계속해 반대하는 중이다.
한국에는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으로 장기재임을 막는 법령이 있는데, 이를 해외에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해외 의결권 행사 내용에 따르면 최근 개최된 애플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아서 레빈슨 이사회 의장의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레빈슨 의장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뒤를 이어 2011년 애플 이사회 의장에 오른 인물이다.
의장 이력만 14년에 달하며 처음 애플 이사회에 합류한 시점은 2000년이다.
국민연금은 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재임기간이 20년을 초과해 장기 연임에 따른 독립성 취약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현행 '해외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은 "당해 회사에 사외이사로 재직한 연수가 과도하게 장기인 자"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애플뿐 아니라 이사 재직 기간이 긴 의장급 인사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해밀턴 제임스 코스트코 이사회 의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지난해 엔비디아 주주총회에서는 3명의 이사에 대해 무더기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이 같은 반대 표결이 실제로 선임 무산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 비율이 상당해 캐스팅보트 역할 등으로 의결권이 부각되지만, 해외 종목의 경우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선임을 반대한 해외 기업의 이사 대부분이 압도적인 찬성 비율로 연임 중이다.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해외 기업들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정과 맞지 않는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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