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유력한 후보였던 서울을 제치고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에 선정된 배경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사진)의 강력한 스킨십과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8일 진행된 대한체육회의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투표를 앞두고 김 지사는 하얀 한복을 입고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김 지사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북의 개최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후보 선정 결과가 발표된 후 김 지사는 "진정성을 가지고 간절함으로 모든 대의원을 접촉해 설득한 게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전북도민들과 함께 열정과 헌신으로 만들어낸 쾌거"라고 했습니다.
전북은 1988년 서울올림픽, 2018년 평창올림픽에 이어 우리나라 세 번째 올림픽 유치에 도전합니다.
이날 후보 선정 투표에는 올림픽 38개 종목 중 회장 선거가 늦게 치러져 투표 인단에 포함되지 않은 대한축구협회를 제외한 종목 단체 대의원 61명이 참여했습니다.
대의원은 종목별 협회·연맹의 회장, 부회장, 사무처장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한 대의원은 "전북의 PT 내용이 구체적이었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준비한 걸 보고 놀랐다"며 "서울보다 좀 더 설득력이 느껴졌고 개최 명분도 확실하게 느껴졌다"고 밝혔습니다.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도 대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근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지속가능성과 지역 분산 개최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전북은 올림픽 유치에 나선 순간부터 분산 개최에 적극 나서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를 강화했습니다.
전북은 '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육상을 대구와 분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는 도시입니다.
실제 이날 김 지사가 PT를 할 때 영상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깜짝 등장해 육상 경기가 대구에서 열리기 때문에 영호남 화합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또 수영·양궁은 광주광역시와 분담해 개최하기로 했고 체조(충북), 테니스(충남), 서핑(전남 고흥) 등 다양한 종목을 국내 다른 지자체와 분담해 진행한다는 계획을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전북의 행보에 맞춰 광주·전남, 충남·충북, 대구 등 타 지역들은 이미 주요 시설물 사용을 승인하며 전북의 올림픽 유치 계획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김 지사는 최종 PT에서 "우리나라 전국 단위 스포츠 경기의 88.5%가 수도권 외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며 "호주가 세 차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으로 (장소를) 옮긴 것도 나라의 균형 발전을 꾀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만금 개발과 연계한 인프라스트럭처 확장 가능성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새만금 지역은 대규모 경기장 건설이 용이한 데다 향후 공항과 철도 등 교통망이 확충될 예정인 만큼 국제 행사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전북에 '깜짝패'를 당한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은 "전북의 유치 도시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전북에서의 올림픽 개최는 지역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고, 서울도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북은 향후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제행사 개최계획서'를 제출하고, 문체부·기획재정부에서 승인을 받은 뒤 대한체육회와 협력해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나섭니다.
다른 국가 중에는 카타르 도하와 인도 아마다바드·뉴델리,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등이 개최 의향을 밝힌 상태입니다.
유럽에서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덴마크 코펜하겐, 이탈리아 피렌체·볼로냐 등이 개최 후보 도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향후 IOC에서 결정됩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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