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미국 경제의 이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공격적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소비심리는 악화되고, 뉴욕 증시는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경기 하강 조짐이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져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 경고등은 소비심리 악화에서 켜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유통사이자 소비 바로미터인 월마트의 올해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신호탄이었다.
같은 날 월마트(-6.53%)는 물론이고 코스트코(-2.61%), 타깃(-2.00%) 등 대형 유통주는 뉴욕 증시에서 모두 급락했다.
이어 21일 미시간대는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를 전월 대비 약 10% 낮아진 64.7로 발표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67.8)도 밑돌았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구매심리도 위축됐다.
이날 S&P글로벌은 2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7로 전달(52.9)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위축을 뜻하는데 이번처럼 50을 밑돈 것은 2023년 1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이다.
민간의 지출심리는 냉각되지만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역시나 이날 발표된 미시간대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4.3%를 기록해 1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에 스티븐 아이네스 SPI애셋매니지먼트 대표는 "한때 1970년대 유물로 치부됐던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다시 조용히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 보유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침체를 예상한 전략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22일 버크셔가 발표한 작년 4분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금 보유액은 3342억달러(약 480조7467억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3분기 말 3252억달러에서 90억달러 늘어난 것이고, 2022년 3분기부터 10개 분기 연속 증가한 것이다.
반면 버크셔는 9개 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주식 1340억달러어치를 매각했다.
버핏은 이날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회사 자금의 대부분이 여전히 공개 및 비공개 주식에 투자돼 있고, 이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금성 자산을 우량 기업의 소유보다 선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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