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서 글로벌 출시
美 제재 뚫고 ‘폰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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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스마트폰 말레이시아 출시 행사. [EPA 연합뉴스] |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다시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도 독자적인 첨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고 있는 화웨이는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제3세계 신흥 개발도상국)를 돌파구로 삼아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두 번 접는 폴더블폰 ‘메이트(Mate) XT’를 동남아 등지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메이트 XT 글로벌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적으로 해외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기존에 중국 내에서만 판매됐다.
출시 예상 지역으로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멕시코 등 남미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의 해외 진출은 글로벌 세계 시장에 대한 화웨이의 재공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때 제재로 인해 첨단 반도체 수급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사용이 막혔다.
첨단 반도체 공급망이 차단되면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0년 2분기까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화웨이는 2021년 1분기부터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지난해 화웨이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8600억위안(약 170조원)으로, 미국의 제재 이후 가장 낮았던 2021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지난해 4분기 화웨이의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도 전년 동기 대비 15.5% 늘며 4년 만에 미국 애플을 밀어내고 자국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화웨이의 경우 2023년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 기업 하이실리콘이 7
나노미터(㎚) 공정 기술을 활용한 첨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고,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현재 화웨이는 TSMC의 3㎚ 첨단 반도체 제품에 2세대 뒤처진 수준까지 격차를 좁힌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제재를 돌파하기위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에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한 게 부활의 원동력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화웨이는 매출의 약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미국의 제재 이후 이를 2배 이상으로 늘렸다.
‘기술굴기’를 천명한 시진핑 정권은 첨단 기술 산업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2023년 화웨이가 받은 정부 보조금은 약 73억위안(1조4400억원)으로, 2018년 대비 약 5배 폭증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전 세계 연구개발 투자 순위에서 6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화웨이가 여전히 중국 내수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완전한 부활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 재개척이 반드시 필요하다.
닛케이는 “미국·한국·일본과 서방 주요국에서 화웨이의 제품 판매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향후 화웨이의 성패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 성패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기술 봉쇄 정책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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