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희토류 묻힌 우크라
美트럼프는 물론 MBS도 눈독
석유→광물로 국부(國富) 재편
우크라 자원 접근은 중대 이정표
역사적 종전 협상서 이권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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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조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
지금 전세계 이목이 리야드에 쏠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역사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의 첫 걸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들이 모여 종전의 첫걸음인 휴전을 위한 조건 등 쟁점들을 조율한다.
주목할 점은 두 패권 국가가 이토록 중요한 협상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하는지다.
명목 상 지정학적 중립국을 지향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체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근 미·러 간 수감자 교환부터 과거 러·우 전쟁 초기 포로 교환에 이르기까지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중재자로 성공적인 합의를 이끌어온 점이 작용했다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의 시작을 알리며 최근 우크라이나에 외교·국방 장관이 아닌 재무 장관을 급파한 장면은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전쟁으로 폐허 상태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희토류 소유권의 절반을 미국에 양도하라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리튬, 베릴륨, 망간, 갈륨, 지르코늄, 흑연 등 우크라이나의 미개발 희토류는 수 천조원으로 평가된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미 재무장관은 미국이 이 자원 소유권을 확보하면 러시아 도발을 막는 효과가 생긴다고 회유했다.
아무리 궁박한 처지라 해도 젤렌스키가 이 날강도 같은 제안을 수용할 리 만무했다.
그런데 협상 중재국으로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도 트럼프 대통령과 동일한 관심사가 우크라이나에 존재한다.
석유부국에서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 자원으로 국부(國富)의 대전환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난 1월 리야드에서 열린 연례 미래광물포럼 행사에서 아람코는 사우디 국영 광산업체 마아덴과 리튬 등 전환 광물 탐사와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압둘라 빈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아람코의 역할에 대해 “아람코는 다각화된 회사다.
그 임무에 한계가 없다”며 아람코가 광물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주지하듯 국영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의 정체성이자 운영체계(OS)와 같은 기업이다.
이 석유 회사가 사업의 경계를 허물고 광물 사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뜻이다.
관련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광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오는 2035년까지 17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정책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저명한 광산 회사들을 상대로 지분 투자도 서두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브라질의 세계적 광산 기업인 발레의 비금속 사업부인 발레 베이드 메탈스 지분 10%를 인수했다.
1월 미래광물포럼에서 사우디 정부가 공개한 글로벌 광산 투자 계획은 1000억 달러(약 145조원)에 이른다.
자국 영토를 비롯해 탐사와 개발 기술 인프라스트럭처를 고도화해 전세계 자원 요충지를 공략할 태세다.
비영리단체인 자원거버넌스연구소(NRGI)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이 외에도 광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통해 광활한 국내 광물 매장량에 대한 탐사와 개발 확대는 물론 해외 광물 자원에 대한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라며 “화석 연료 기반 경제에서 탈탄소화 경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리튬, 코발트, 니켈과 같은 전이 광물에 대한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략적 전환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국가 경제를 다각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전환 광물을 둘러싼 새로운 지정학적 정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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