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시 국힘 단체대화방 보니 국회 봉쇄 강화로 혼란 더 가중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적을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가운데 당일 소속 의원들의 단체대화방 대화가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도적으로 국회 진입을 막았다는 주장을 펴고 국민의힘이 이를 반박하는 모양새인데, 일단 당시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의원들이 정확한 지시사항을 대화방에 직접 요청했는데, 상황이 급박한 탓에 의원총회 장소 공지가 여러 번 바뀌어 더욱 혼란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18일 TV조선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해제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2시간 동안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이번 사태에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회로 향하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단체대화방에는 "민주당은 바로 국회로 소집한다는데, 우리는 어찌해야 하나?"라는 글들이 올라오며 당혹감을 짐작하게 했다.

곧바로 박수영 의원이 한동훈 전 대표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막겠습니다.

당대표 한동훈"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계엄 해제에 대한 당대표의 의지를 알렸다.


몇몇 의원들은 긴급 의총을 제안했고, 일부 의원은 "역사의 죄인이 돼서는 안 된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 겁니까"라는 강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러나 느슨해진 듯했던 경비 태세가 다시 강화된 게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봉쇄됐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민주당 의원들은 담을 넘어오라고 했다"는 정보도 공유됐다.

이에 장소가 당사로 변경됐다가 밤 11시 41분께 다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모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후 4일 0시 10분에 한 대표가 우재준 의원을 통해 본회의장으로 모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0시 30분쯤에 김정재 의원은 "50여 명은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중앙당사에 모여 있다"고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정황을 되짚어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부러 본회의장에 가지 않은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이날 대화방에 말을 남기는 것 대신 문자메시지 공지를 8차례 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래 추 전 원내대표는 대화방에서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답을 하지 않고, 의견들을 모아 판단해 공식 문자공지를 하는 방식으로 원내지도부를 운영해왔다"며 "의원들의 실시간 의견을 수렴해 의총 장소를 정한 것인데, 국회 봉쇄로 장소를 바꿀 수밖에 없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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