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는 기업의 신뢰와 투명성을 강화하는 장치다.
비용이 아닌 투자다.
"
장 부코(Jean Bouquot)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은 지난 11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신뢰할 수 있는 회계감사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보장하며,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고 기업가치를 높인다고 확신해 회계를 투자로 보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창립 70주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부코 회장은 한국의 회계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2017년 회계개혁이라고 불리며 도입된 신외감법 시행을 꼽았다.
부코 회장은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평가에서 회계 투명성 순위가 회계개혁 이전 60위권에서 40위권으로 크게 오른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회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한 조치들은 회계부정 방지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회계개혁의 안착과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취임한 부코 회장은 임기 중 지속가능성 실현, 회계사 직업 매력도 상승, 공익 증진 등 3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회계사 직업 매력도가 떨어져 고민"이라며 "젊은 세대의 관심사를 회계업계에서 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돌파구는 기술 혁신에 있다고 봤다.
실제로 특히 회계감사 분야에서는 기술 혁신으로 절차 효율화는 물론이고 회계감사 품질도 높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은 질의응답 서비스나 문서 초안 작성 같은 회계 업무를 지원한다.
부코 회장은 "이처럼 회계업계가 기술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준비함으로써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고, 발전적인 미래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업무 효율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도 드러냈다.
빅데이터 기술은 이상거래와 위험을 정밀히 파악해 회계사에게 알려준다.
회계사는 선별된 고위험 업무영역에 집중해 감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부코 회장은 "전 세계 회계사는 모두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단순한 문서 처리 업무를 줄여서 회계사들의 업무 시간을 단축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 발전이 자칫 회계사의 일자리를 뺏지는 않을까. 회계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코 회장은 "재무 자료를 비재무 자료와 연결 짓고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회계사에게만 있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유럽에서 주도하는 E
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련 공시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부코 회장은 "한국의 정책당국 역시 국제사회가 E
SG와 관련해 제시하는 사항을 조기에 수용하기를 기대하며, 회계업계도 높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춰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코 회장은 지난달 임기 2년인 IFAC 회장으로 취임했다.
IFAC는 전 세계 회계전문직의 유용성, 명성과 가치를 높이고 공익에 기여하기 위해 1977년에 설립됐다.
현재 135개국 180개 회계전문직 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기구로 성장했다.
한국인 중에서는 주인기 연세대 교수가 회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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