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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부터 다목적 스타디움 등 MICE 시설이 들어설 옛 쓰키지시장 터.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지난 1일 찾은 일본 도쿄 주오구 옛 쓰키지시장 터. '도쿄의 부엌'으로 불리며 한때 도쿄뿐 아니라 전국에 농수산물을 공급했던 일본 최대 도매 시장이 있던 곳이다.
1935년 설립된 이곳은 2018년 인근 도요스시장으로 이전하며 문을 닫았다.
시장 노후화에 따라 1986년부터 재정비가 논의됐지만 시간·비용이 많이 드는 정비 대신 이전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택했다.
시장 이전이 완료되자 이 지역은 전 세계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도쿄 중심부인 긴자와 불과 1㎞ 남짓한 거리에 있는 입지 조건에 도심 밀도가 높은 도쿄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대규모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쓰키지시장 터는 이전 후 공사장 담벼락으로 굳게 닫힌 채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사를 앞두고 처음으로 공개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쓰키지장외시장과 인접한 문으로 들어서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공간이 펼쳐졌다.
멀리 남쪽으로는 레인보우 브리지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동쪽으로는 도쿄를 관통하는 스미다강이 흘렀다.
이 너머에는 신흥 주택가인 하루미와 쓰키지가 이전한 도요스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는 공사를 앞두고 공사 차량이 움직일 도로 정비를 마친 상태였다.
쓰키지시장의 유적 발굴 작업도 마무리 단계였다.
쓰키지 지역은 토지 비용을 제외하고 건설 비용으로만 약 9000억엔(8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도쿄 최대 재개발 사업이다.
와타나베 마사키 도쿄도 쓰키지개발조정과장은 "대규모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시설 등을 포함해 총 9개 건물을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의 중심 테마는 업무와 주거, 놀이를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클러스터' 형태다.
최근 도쿄 재개발의 주요 흐름을 반영했다.
쓰키지시장 재개발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도쿄도가 토지 임차권을 70년간 컨소시엄에 부여하는 협정을 맺기로 한 것이다.
시설의 본격적인 이용부터가 시작인데 2032년에 1단계, 2038년에 2단계 사업이 완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80년에 가깝다.
도쿄도는 연간 토지 임차료로 100억엔(약 930억원)을 받을 계획이다.
컨소시엄으로서는 토지 매수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도쿄도는 주변 교통망 정비를 함께 지원한다.
도쿄역에서 시작해 긴자, 쓰키지, 도요스, 도쿄빅사이트 등을 지나는 6㎞ 거리의 임해 지하철을 새롭게 짓기로 했다.
대규모 재개발을 앞두고 있지만 불안감도 있다.
우선 일본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과연 대규모 시설을 채울 기업·개인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현재 도쿄 내에만 신주쿠, 시부야, 야에스, 오테마치 등에서 50여 개의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2020년대 후반부터 하나씩 완공되면 사무실 공실률 등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자연재해 위험이다.
직하형 지진이 일어나면 고층 건물은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직하형 지진에 대한 경고는 최근 꾸준히 나오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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