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플랫폼 투자 혹한기에도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됐다.


에이블리는 '왓챠' 공동 창업자 출신인 강석훈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대표가 2018년에 선보인 스타일 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에이블리를 비롯해 남성 패션 전문몰 '4910', 일본 패션몰 '아무드' 등을 운영하고 있다.


2일 강석훈 대표는 "알리바바그룹에서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며 "에이블리의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에이블리는 역대 글로벌 투자를 받은 한국 스타트업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톱5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 글로벌 투자를 받은 국내 스타트업 기업가치 순위는 두나무(10조원 이상), 야놀자(9조원), 토스(6조~8조원), 무신사(3조5000억원) 순으로, 에이블리는 당근과 함께 공동 5위다.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에이블리는 알리바바그룹에서 신주 기준 3조원, 구주 기준 1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알리바바가 국내 플랫폼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선 알리바바가 한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알리바바가 에이블리를 택한 이유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 가운데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보여준 독보적인 성장세다.

에이블리와 비슷한 기업으로는 무신사, 지그재그, 29CM, 하고 등이 있지만 관련 플랫폼 기업들 중에선 에이블리의 성장 속도가 가장 가파르다는 평가다.

실제로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에이블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879만명으로 무신사(768만명), 올리브영(644만명)을 훌쩍 넘는다.

전체 모바일 쇼핑앱(종합·전문몰 기준)에서는 쿠팡(3203만명), 알리익스프레스(904만명)에 이어 3위다.

거래액도 상승하고 있다.

2021년 7000억원대였던 거래액은 올해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패션 플랫폼 중 유일하게 연간 흑자 기업으로 전환하며 수익성을 증명한 점도 투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이블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2595억원, 영업이익은 33억원으로 창사 5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성장한 35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블리가 급속히 성장한 비결로는 우선 여성 패션에만 국한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점이 꼽힌다.

뷰티, 디지털, 라이프 등 패션 이외 영역으로 소비 보폭을 넓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추구해온 것이 통했다는 얘기다.


일례로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오프라인으로 베이커리 맛집을 찾아다니는 소비자가 늘자 에이블리는 지난 4월 재빠르게 온라인을 통해서도 원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추가해 '포털'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웹툰·웹소설 서비스를 공식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맞춤화된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거래액 증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체 개발한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했는데, 이는 개인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한편 에이블리는 이번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총 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연합 투자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진출 판로를 확대해 국내 소상공인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효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