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법 개정, 기업 발목 잡는다”...삼성·SK·LG 등 대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과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이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한경협 김창범 상근부회장이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삼성,SK, 현대차, LG 등을 비롯한 16개 그룹 사장단이 상법 개정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냈다.

그만큼 어려운 한국 경제 속 상법 개정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훼손을 우려해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경협은 16개 그룹 사장단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한경협이 주요 기업들과 공동 성명을 낸 것은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인 지난 2015년 7월 이후 9년여만이다.

당시 국내 경제 상황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인한 내수침체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주요 기업의 사장단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에 대해 법안 논의 중단을 호소했다.


지난 19일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 이사 선임과정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계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면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각종 소송을 남발할 수 있고, 이사회가 마비돼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사장단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소수 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지만, 현재 추진되는 상법 개정은 이른바 ‘해외 투기자본 먹튀’를 조장해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도 “물적 분할이나 합병 등 소수 주주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법 개정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을 만나 기업 활동 위축을 이유로 상법 개정 추진의 재고를 촉구한 바 있다.

14일에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8단체는 반대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이같은 반대에도 상법 개정안이 발의로 이어지자 재계에서는 이날 긴급 성명까지 내걸었다.


사장단은 이날 정부를 향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 전지,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성명 발표에는 삼성 박승희 사장, SK 이형희 위원장, 현대차 김동욱 부사장, LG 차동석 사장, 롯데 이동우 부회장, 한화 신현우 사장, HD현대 류근찬 전무, GS 홍순기 시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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