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프로야구단
기아 타이거즈 vs 삼성 라이온즈

당기순이익 기준 재계 1·2위 기업 삼성전자기아가 야구에서도 맞붙는다.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놓고 격돌한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주인공이다.


둘은 한국 프로야구 전통의 원년 구단이자 전체 우승 횟수 1·2위에 올라 있는 명문 구단이다.

각각 영·호남 지역을 대표하며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두 구단이 31년 만에 치르는 이번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야구를 넘어 삼성과 현대차그룹 자존심이 걸린 승부로 주목받는다.

최다 입장 관객 기록을 세우는 등 프로야구 인기가 최고조에 이른 현재, 우승에 따라 각 그룹이 얻을 경제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31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다.

사진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사진 왼쪽부터 기아 타이거즈 선수 김도영, 양현종, 이범호 감독,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선수 강민호, 김영웅. (연합뉴스)

우승 횟수 1·2위 자랑하는 명문
영호남 대표 구단…인기도 최상위
국내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정규 리그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며 야구 팬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구단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올해 31년 만이다.

기아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 횟수 11회, 삼성 라이온즈가 8회로 전체 구단 1·2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는 1982년 창단했다.

2001년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며 기아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과거 기아 타이거즈 구단주를 맡았을 정도로 그룹에서 쏟는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광주광역시에 연고를 둔 구단이지만 호남을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인기 구단이다.

올해는 기아 타이거즈 치어리더가 춤추는 장면을 포착한 ‘삐끼삐끼 춤’ 영상으로 글로벌 인지도까지 넓혔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1억뷰를 돌파하는가 하면 뉴욕타임스에 소개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삼성 라이온즈도 인기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운한 구단이다.

기아 타이거즈와 마찬가지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부터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구단으로 그동안 연고지와 모기업, 구단명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아 충성 팬층이 두텁다.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 유언에 따라 범삼성가에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2023년 기준 제일기획이 지분율 67.5%로 최대주주고 CJ제일제당(15%), 신세계(14.5%)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연고지인 대구광역시도 2.5% 지분이 있다.

2014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10년 만에 정상 탈환에 나섰다.


역대 최다 기록 경신한 입장객
굿즈 매출 껑충…치열한 마케팅 전쟁
두 구단 모두 올해 수익 개선도 기대된다.

호성적은 물론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입장객이 크게 늘었다.

수익은 스포츠 구단에 중요한 자생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해까지 실적은 삼성 라이온즈가 앞섰다.

삼성 라이온즈 매출은 744억원, 영업이익은 3억원 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기아 타이거즈는 매출 454억원에 영업손실 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아로부터 140억원 지원금을 제외하면 적자 규모가 훨씬 더 컸을 테다.


올해는 분위기가 훨씬 좋다.

기아 타이거즈 홈구장 입장객이 지난해 71만7000명에서 올해 126만명까지 증가했다.

한국시리즈 입장 수입까지 더하면 매출이 더 뛸 예정이다.


굿즈 판매도 늘었다.

기아 타이거즈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굿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10%, 2022년과 비교하면 310%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선수단이 직접 착용하는 어센틱 유니폼 비중이 30%로 가장 컸다.

특히 KBO리그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하는 등 빼어난 활약을 보인 김도영 선수 유니폼은 7만장 이상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다.

이 밖에 영캐주얼 브랜드 ‘랩(LAP)’, 오디오 브랜드 ‘하만’, 커피 브랜드 ‘인크커피’ 등과 협업 제품·행사를 선보이며 다방면 마케팅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대차증권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기아 타이거즈를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기아는 정규 리그 우승 기념행사로 기아 스토어 방문객 중 추첨을 통해 EV6(1명), EV3 기아플렉스 1개월 이용권(2명), 홈 유니폼(50명) 등을 증정하기로 했다.

해당 이벤트 참여 고객 전원에게 CU 모바일금액권도 준다.

구단을 공식 후원하는 현대차증권 역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최종 순위 예측 이벤트 적중자를 대상으로 현대차증권 온라인 금융상품권 1000만원(1명), 100만원(10명) 등을 추첨 지급했다.

매월 기아 타이거즈의 합산 승수를 맞힌 이에게 총 1200만원어치의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주기도 했다.


수익 개선이 기대되는 건 삼성 라이온즈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입장객이 크게 늘어난 덕이 크다.

지난해 84만6000여명에서 올해는 약 134만7022명까지 59% 증가했다.

지난해 기록한 입장 수입 약 114억원과 광고 수입 약 371억원을 훌쩍 넘어선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는 “저작권 문제로 2018년부터 야구장 내 사용 중단됐던 대표 응원가 ‘엘도라도’를 올해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해결하며 응원 인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며 “창단 첫 홈 관중 100만명 돌파 감사 이벤트로 2002년 과거 디자인 유니폼을 전 관중 2만4000명에게 무료 증정하는 등 적극적인 팬 행사가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특수…지역 경제 ‘방긋’
삼성·현대차 ‘우승 턱’에도 관심 쏠려
우승자 향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구단이 우승하든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각 구단 연고지와 홈구단 인근 지역 경제는 물론, 우승 기념 이벤트 여부에 따라 전체 내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2차전이 열렸던 기아 타이거즈 홈구장은 전석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

수도권에서 몰려든 인파로 주변 상권도 들썩인다.

선수단이 자주 찾는다고 알려진 ‘기아 맛집 순례’가 인기를 끌며 음식점에 훈풍이 불고 있고 인근 카페와 기념품 가게, 전시장도 북새통을 이룬다.

호텔은 100% 예약률을 기록하는 등 숙박업계 매출도 덩달아 뛸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 공공배달 앱인 위메프오와 땡겨요는 우승 기원 3000원 할인 쿠폰을 내놓는 등 마케팅 열풍에 뛰어들었다.


삼성 라이온즈도 비슷하다.

광주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원정 경기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전광판을 통해 상영하는 ‘라팍 상영회’는 예매 시작 1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홈경기 때는 더 극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시리즈 특수다.


지역 소상공인을 넘어 내수 진작 기대감도 크다.

이른바 ‘우승 턱’에 따른 소비 촉진이다.


지난해 LG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후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에 나섰던 LG전자가 좋은 예다.

지난해 LG전자는 TV·세탁기·냉장고·스타일러 등 신제품 대부분에 29% 할인을 적용했다.

29년 만에 우승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당시 2시간 만에 행사 전 제품이 매진된 데 이어, 경쟁 가전 업체에서도 맞불 할인을 진행하며 소비자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그룹 모두 자동차·가전 같은 소비재를 비롯해 금융·건설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통 큰 이벤트’가 어떤 식으로 등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며 “재계 1·2위 기업 맞대결인 만큼, 우승 시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무형 가치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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