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롯데건설

난마와 같이 얽혀 있던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 문제에 숨통이 트였다.

국토교통부는 불법 주거 전용에 대해 신규 발생은 원천 차단, 기존 생숙은 합법 사용 지원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대책을 발표했다.


이행강제금이 유예되고 숙박시설 신고 기준과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 기준이 완화됐다.

최종 권한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지원센터 운영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체계적 지원 방안도 제시됐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부터 신규 생숙 관리 강화와 기존 생숙 용도변경 특례부여 등 대책을 발표해 왔다.

용도변경 특례 외에 이행강제금 부과라는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기준을 완화하고 지원센터를 설치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 이전 대책과 차별된다.

준주택 인정은 무산됐지만 막막한 상태로 파산이 코앞에 있던 생숙 수분양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조치다.

불법으로 낙인찍혀 분양이 거의 중단돼 위기에 몰린 개발사업자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획일적 규제 일변도에서 현행 건축법의 틀을 벗어나 유연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업계는 환영한다.


대마불사니 하면서 떼를 쓰면 해결된다는 부정적 선례라는 비판이 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허용은 특혜시비 대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서민 주거 안정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극복이 이번 대책의 명분이다.

20만가구에 달하는 규모와 숙박업 미신고 물량이 5만가구를 넘는 상황이 고려된 것은 분명하다.

주거 전용에 대해 신규 생숙은 원천 차단하겠다는 문구에서 당국의 고민이 느껴진다.


생숙은 숙박과 주거의 융합이다.

한류 열풍으로 외국 관광객의 장기체류 숙박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2년 보건복지부가 공중위생관리법, 2013년 국토교통부가 건축법에 생활 숙박업과 생활숙박시설을 도입하며 제도화됐다.

숙박시설은 주택보다 세제, 금융, 건축 기준이 완화돼 있다.

부동산 경기 과열 시기에 한 해 3만가구 이상 건축허가가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편법 주거 상품으로 오용되며 문제 소지를 잉태했다.

유사한 역사와 배경을 가진 제도로 오피스텔이 있다.

업무와 주거의 융합이다.

탄생 배경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게임을 계기로 외국회사 지점 등 새로운 업무와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1986년 건축법에 오피스텔이 등장하며 제도화되고 2010년 준주택으로 인정됐다.

현재 120만가구 이상으로 주택 대체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건축법 관련 규정이 계속 바뀌어 혼란스럽고 세금 모호성으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생숙은 장기체류 숙박을, 오피스텔은 업무 공간을, 주거와 함께 제공하는 융합형 상품이다.

오피스텔은 20년 이상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준주택의 법적 지위를 받았다.

숙박은 주거와는 배타성을 가진 기능으로 인식되고 준주택과는 다른 범주에서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 초연결, 초지능이 핵심 화두이며 첨단산업 성장의 원천이다.

공간에서 용도 융합은 용도지역제(zoning·이하 조닝) 역사와 변천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공공복리를 위한 전통적 조닝은 주거, 상업, 산업, 녹지 등 고유 용도를 존중하고 기능을 배타적으로 배치한다.

유클리드 조닝(Euclide Zoning)이며 그 배타성을 용도순화주의라 부른다.


도시 외곽의 무질서한 팽창에 대한 반성으로 직주근접과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스마트 성장 개념이 글로벌 대도시 계획을 지배하고 있다.

콤팩트 개발은 글로벌 트렌드로서 도심에서 일하고, 놀고, 먹고, 즐기며, 거주하는 삶이 선호되면서 고밀 복합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에 첨단인재들이 모여들어 네트워킹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해 첨단산업을 키운다.

공간의 배타성은 설 자리가 없다.

업무, 상업, 산업, 주거 등 기능 융복합이 허용되고 다양한 형태가 가능한 비유클리드 조닝 혹은 비욘드 조닝이 대세다.


이번 생숙 대책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규제 일변도에서 현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틀을 고수한다면 나오기 힘든 대안이다.

제도 운용의 주체인 지자체와 협업해 지원센터를 구성해 실질적 지원을 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3년의 이행강제금 유예도 눈에 띈다.

정책 일관성은 유지하면서 수분양자와 사업자에게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어준다.

이는 정책당국에도 해당한다.

단기적으로 신규는 주거 전용 불허라는 틀에서 기존 생숙의 퇴로를 열어주며 대책을 실행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특혜 시비나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허용한 데 대한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기부채납을 특혜시비 차단과 형평성 유지의 근거로 들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기준 완화와 용도변경의 가치를 따져 보아야 한다.

주차 문제를 유발한다면 교통유발부담금, 안전 문제라면 안전부담금과 같이 연속적으로 매년 내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숙박에 대한 거주자의 민원은 고민이다.

안온한 주거가 숙박객에 의해 침해받을 우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정 또는 별도 규정하는 지역부터 융합을 허용하는 방안이 있다.

올해 3월 '자유롭고 창의적인 글로벌 문화강국'이라는 비전으로 도시지역 주택에 외국인 대상만 허용하던 민박업을 내국인까지 확대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 발표는 유의해볼 대목이다.


장기적으로 생숙의 주거 전용 불허 원칙이 시대 흐름에 맞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간을 보는 시각은 시대 변화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일과 휴가가 공존하는 워케이션(workation) 등장에서 보듯이 도심과 농어촌, 그리고 관광지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회다.

다양한 형태의 멀티 주거가 주목받고 있다.

주거의 고정관념에 대한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신앙처럼 고수하는 1가구 1주택이라는 고집도 그 대상 중 하나다.

준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주택 정의의 엄격성에서 유래한다.

멀티주거 시대에 주택 개념도 변해야 한다.


생숙 대책은 공간 융합에 대한 제도 개편과 이를 포용하는 주택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과제를 남겼다.

글로벌 대도시 간 경쟁이 심화하며 첨단 기술 성패가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시대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창의성을 포용하는 제도로의 혁신을 기대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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