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은행(IB)발 K반도체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맥쿼리가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으로 평가하며 종전 대비 반 토막 난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선 "외국계 IB의 메모리 겨울론은 시기상조"라며 유독 K반도체에 과도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맥쿼리는 2022년 이후 삼성전자 투자의견 '매수(아웃퍼폼)'를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목표주가는 종전(12만5000원) 대비 약 50% 대거 하향한 6만4000원을 제시했다.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맥쿼리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다운 사이클에 진입함에 따라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D램 등 메모리 공급과잉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이 내림세로 전환한 가운데 전방산업 수요 위축이 실적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맥쿼리는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가) D램 1위 공급업체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엔비디아 납품이 늦어져 주가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맥쿼리는 "삼성전자가 패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맥쿼리는 2026년 삼성전자의 HBM 매출액이 130억달러로, SK하이닉스(300억달러) 대비 43%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문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맥쿼리는 삼성전자의 미국 테일러 팹(생산공장) 가동이 2026년까지 연기됨에 따라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맥쿼리는 "우리는 오랫동안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부정적이었다"며 "안타깝게도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하향되고 있다.

1개월 전엔 영업이익 13조6606억원을 추정했는데, 최근 11조2313억원으로 낮아졌다.

실적 추정치가 하향되면 시장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부여하는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든다.


맥쿼리는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맞춰 움직일 것으로 봤다.

PBR 1배는 과거 삼성전자의 PBR 밴드 중 최하단으로, 사실상 주가 흐름이 계속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한 셈이다.


한편 국내 증권가에선 외국계 IB의 'K반도체 때리기'가 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메모리 겨울론의 근거로는 D램 재고 증가가 꼽힌다.


다만 이는 최근 정보기술(IT) 고객사들이 AI 수요 강세에 따른 D램 공급 부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의 9월 반도체 수출은 136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반도체 수출 데이터와 향후 도래할 AI 제품화 반도체 사이클까지 고려하면 (맥쿼리의) 전망은 지나치게 과감해 보인다"고 밝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D램 산업의 설비투자가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D램은 올해 공급 초과에서 내년 수요 초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달에는 반도체 주가 향방을 가를 만한 변수가 산적해 있다.

우선 오는 7~9일 엔비디아가 미국 워싱턴DC에서 AI 서밋을 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산업 성장과 관련해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 관심사다.

16일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이 실적을 발표한다.


17일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리치 로스 에버코어ISI 기술 분석 담당 책임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반도체가 그 어떤 업종보다도 상승 여력이 독보적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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