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한국밸류업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종목을 포함하는 등 논란을 빚는 가운데 지수 구성 종목 일부의 실적 전망치가 하락 중인 것으로 나왔다.

주가는 실적의 함수임을 고려할 때 향후 밸류업지수 종목들의 주가 우상향을 기대하기 어려워 지수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제시한 밸류업 구성 종목 77곳 중 12곳이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에 비해 하락할 전망인 것으로 나왔다.

엔씨소프트가 전년에 비해 41% 하락하는 것을 비롯해 두산밥캣, JYP엔터, HD현대인프라코어, 해성디에스, TKG휴켐스, F&F, 에스엠 등이 올해 영업이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통상 미래 실적은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다 실적 발표 시즌이 닥치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많음을 감안할 때 밸류업지수 종목 중 20%가량이 실적 우하향 종목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씨젠은 다수 증권사의 컨센서스가 없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낮아지는 영업이익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

2년 연속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엔씨소프트는 작년 초에 비해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지수 구성 요건으로 2년 연속 적자가 아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적자가 아니라도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종목들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지수 전체의 수익률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지수 종목군의 성장성을 우려하며 "지수 종목군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3.7%로, 코스피200의 30.6% 대비 크게 낮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밸류업지수에 대한 시장 평가를 수용해 연내 종목을 변경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올해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자기업인 SK하이닉스가 지수에 포함된 이유로는 올해 영업이익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산업 및 시장 대표성, 지수 내 비중(15%), 최근 실적 및 향후 실적 전망치, 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잔류가 결정됐다.


연말까지 지수 구성 종목 변경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 ETF 등 밸류업지수 상품이 출시되는 11월 전에 종목이 변경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공시 기업을 우선시해 연말까지 지수 구성 종목을 변경한다면 금융주가 대거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하나금융지주, DGB금융지주, NH투자증권 등이 이미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6월 종목 변경 시 밸류업 공시 기업 편입 우대 및 미공시 기업 우선 편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종적으로 2026년 6월 종목 리밸런싱 때는 공시 이행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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