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식포럼] 다국적 기업들에게 금융비밀은 필수 영역…부정적 관점 대신 금융 사업으로 발전시켜야

잉고 월터 뉴욕대 스턴경영대 명예 교수
“악의적 집단소송, 정치적 불안정 리스크 커져”
“보안수준 높고 정치·경제 안정된 국가 찾아야”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등이 유리

◆ 세계지식포럼 ◆
“다국적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해결해야 할 금융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비밀’ 유지에 유리한 국가들을 잘 선별해야 한다”
스위스 은행 예금 유치, 파나마로의 자산 이전 등등은 ‘조세 피난처’, 범죄 자산 은닉 등의 수식어로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행위로 주로 인식된다.


하지만 잉고 월터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범죄, 음지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졌던 해외로의 금융비밀(Financial Secrecty)의 영역이 다국적 기업들의 출현으로 하나의 합법적인 비즈니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조세 피난의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고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측면에서 금융비밀 영역은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영역이 됐다는 것이다.


월터 교수는 미국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리하이 대학교, 뉴욕대학교에서 국제무역, 국제 은행과 다국적 기업 운영 등등을 전공한 다국적 기업 경영 관련 전문가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에서는 재무와 기업지배구조 등을 연구한다.


월터 교수가 다국적 기업들의 금융비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건 기업들이 민감한 금융정보나 자산을 시중은행에 맡겼다가 해킹 등의 이유로 큰 피해를 보는 상황을 목격하면서다.


그는 “선진국 시중은행의 경우 이런 문제가 잘 일어나지 않지만 신흥국 은행의 경우에서는 이런 ‘대리인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월터 교수가 바라보는 금융비밀 산업은 조세회피, 탈세 등 불법적인 영역에 대한 보안이 아니라 금융 비용으로 인한 리스크 측면이다.


월터 교수는 “다국적 기업들은 악의적인 집단 소송, 정치적 불안정성 등 상당히 많은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 해당 국가에 쿠데타 등의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을 뿐더러 그 나라의 화폐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 외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과세 등이 금융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합법적인 이유로 해외로 자산을 이전해 금융비밀을 지키려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금융비밀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 조세피난처로 활용되는 국가에 자산을 이전했다는 게 월터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파나마 페이퍼 사건 등 불법 조세 은닉처를 밝히려는 언론, 시민단체 등의 노력에 의해 조세 은닉처의 정보가 공개되면서 이들 기업의 금융비밀도 함께 공개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월터 교수는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등의 국가를 합법적인 자산이전처로 제시했다.


이들 국가들은 금융에 대한 정보보안이 강력하다는 점에서는 파나마 등 범죄수익 은닉국가들과 비슷하지만, 정치적 상황의 안정, 환율안정성 등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스위스,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국가들은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만큼 기업들이 직접 찾아가서 자신의 자금이 잘 보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외에도 아시아에서는 싱가폴과 홍콩 등을 추천했다.


한편 영국에 본부를 둔 조세정의네트워크(TJN)이 2022년 발표한 금융비밀지수에 따르면 미국은 금융비밀이 가장 잘 지켜지는 국가로 선정됐다.


2위는 스위스, 3위와 4위는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이 차지했다.

일본과 독일은 각각 6위와 7위, 한국은 16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기업 지분구조, 법인세 공개 등에서는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은행거레 대한 투명성 측면에서는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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