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패닉셀 발작 일으킨 주범
변동성 펀드와 프로그램 매매
공포 반응하는 알고리즘 매도가
시장에 비이성적 반응 일으켜
변동성 펀드서 178조원 썰물
개미투자자 상시적 위협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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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모습 <로이터 연합> |
“글로벌 증시가 지난 주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 경제 매체들이 지난주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증시 상황을 이 같이 평가하고 있다.
미국발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되는 일부 지표에 패닉셀이 이어졌는데 이후 지난주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내수에서 긍정적인 소비 지표가 확인되면서 시장 동요가 진정됐다는 분석이다.
FT는 “S&P 500 지수는 주간 3.9% 상승해 작년 11월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다”며 “8월 초 글로벌 매도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증시 역시 지난 금요일에 3% 급등하며 7.9%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아시아 증시를 중심으로 보면 8월 5일 대폭락 당시 종가 기준, 일본 닛케이 지수는 20.1% 상승해 가장 뛰어난 회복력을 보였다.
이어 대만 자취엔 지수가 12.7% 올라 코스피(10.5%)를 앞섰다.
그러나 지난 5일의 주식 대폭락 사태는 2018년 2월 초 미국 증시의 변동성 장세 때 제기됐던 알고리즘 투매 논란을 재소환하며 시장의 작은 염려가 얼마든지 거대한 공포로 과장돼 비이성적 투매를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2018년 2월 5일 뉴욕증시 상황을 보면 다우지수가 1175.21포인트(4.6%) 폭락한 24,345.75로, S&P500지수는 4.10%, 나스닥지수는 3.78% 급락했다.
당시 다우지수는 장 후반 한때 6.25%까지 폭락했는데 경제지표 악화 등 특이한 악재 없이 15분 새 하락폭이 약 700포인트에서 1600포인트 가량 확대됐다.
이를 두고 FT와 블룸버그는 알고리즘 ‘매물폭탄’이 쏟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알고리즘 매매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특정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을 미리 프로그램화해서 그 시점에 자동으로 매매되도록 하는 거래시스템을 말한다.
소위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30을 찍으면 기계적으로 매도가 이뤄지는 프로그램 매매로 인해 5일 장 막판에 증시 낙폭이 커졌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8월 5일 주식 대폭락 때도 각종 파생상품 관련 프로그램 매매가 작동해 시장 낙폭을 키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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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스파이크를 일으킨 변동성지수 <시카고상품거래소 이미지 캡처> |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를 인용해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시장 신호와 변동성 움직임을 따르는 이른바 계통적 펀드(systematic funds)가 최근 4년 만에 가장 많은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변동성 조절(VC) 펀드의 대규모 매도였다.
변동성지수가 오를 때 대규모 매도에 나서는 이 펀드의 주식 비중은 8월 5일 대폭락 국면에서 50%까지 떨어졌다.
뒤이어 변동성지수가 다시 정상화하면 이들 펀드에 달러가 유입되고 변동성 상승 국면에서 구름씨앗(비이성적 공포)이 돼 폭우(투매)를 야기하는 것이다.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 그룹 역시 최근 수 주간 변동성 조절 펀드에서 빠져나간 주식 자금이 1300억 달러(17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며 “변동성 룰을 따르는 시장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서 변동성이 터지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투매 위협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이 같은 프로그램 매매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으로 비유하며 “국내 증시가 파생상품 거래가 많아진 데 반해 주식시장 체력은 약하다보니 변동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의 웨이 리 글로벌 최고 투자 전략가는 FT에 “지난 몇 주의 움직임은 주식 시장의 내러티브가 단 하나의 경제 데이터만으로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변동성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9월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서 베이비스텝(0.25%P) 인하로 갈지, 빅컷(0.50%P)으로 대담해질지 여부도 엔화값 변동 및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과 맞물려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재료다.
기후변화 위기에서 당장 오늘의 날씨도 예측하기 어렵듯이 시장 공포에 연동된 방대한 파생상품과 프로그램 매도 압력은 지난 5일의 대폭락 사태가 게릴라성 호우가 아닌 상시적 기후 위협이 됐음을 투자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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