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승리’ 방정식엔
‘달러 무기화-연준 협조’ 필수
집권1기 내내 연준과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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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뒤 소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내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무시하는 파월 의장의 연준과 갈등을 표출했다. <사진/로이터 연합> |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흔들기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조타수로 불리는 연준과의 갈등은 트럼프 집권 1기(2017~2020년)에 이미 큰 소동극을 치른 바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부쩍 연준 독립성에 시비를 거는지 진짜 속사정을 들여다봅니다.
트럼프, “내가 연준보다 직감이 더 좋아”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결정 과정에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많은 사례에서 내가 연준 사람들이나 의장보다 더 나은 직감(better instinct)을 가지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로 개입 명분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주지사도 지난 일요일 미국 방송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정말 중요하고 심오하다고 생각하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국가 지도자가 통화 정책에 대해 더 많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응수했죠.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 보장’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일요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선거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연준은 독립된 기관이며 대통령으로서 연준이 내리는 결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연준 흔들기 이유 1. ‘행정부 방해꾼 제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기 집권 당시겪었던 ‘분노’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주지하듯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의 대선 경쟁에서 그가 승리를 거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로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경제 공약이었습니다.
실제 집권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슈퍼 301조’로 상징되는 수입상품 고관세 물리기 등 무역 파트너국을 상대로 공격을 시작했고 상대국을 압박하는 논리로 ‘환율 조작’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무역 상대국들이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키워왔다는 논리죠.
그런데 이 같은 기선제압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대비 파트너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무역적자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트럼프 1기 집권 첫 해 대중 상품교역 적자가 전년보다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8% 이상 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연준에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조치를 유도했지만 연준은 집권 첫 해부터 오히려 금리를 반복 인상하며 달러화 강세를 초래한 것입니다.
기준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를 유도해달라는 트럼프 행정부 요청과 정반대로 간 것이죠.
계속된 압박에도 연준이 행정부를 따라주지 않자 트럼프는 “중국보다 더 골칫거리가 연준이다”(2018년 11월), “내게는 연준 의장을 해임하거나 강등할 권한이 있다”(2019년 6월) 는 등 노골적 발언으로 비판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무역수지 개선을 통한 트럼프노믹스의 대성공을 원했지만 내부 방해꾼으로 연준이 등장했고, 2020년 코로나19 대응까지 실패하면서 그는 조 바이든과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재집권 실패의 원흉으로 연준이 눈엣가시처럼 남아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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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통상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던 2019년 6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 |
연준 흔들기 이유 2. “11월 대선 이기려면 해리스와 통상정책 차별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을 흔드는 두 번째 이유도 첫째 이유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바로 11월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에 승리하기 위한 정책 차별화 전략입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이 내놓은 대선 설문조사를 보죠. 이 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미국 경제를 이끌 적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에 42%, 트럼프 전 대통령에 41%의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비록 오차범위(±3.1%P) 내이기는 하지만 트럼프보다 해리스가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죠. 그런데 특이한 점은 대중 통상 정책을 묻는 질문(Who do you trust more to handle trade issues with China?)에서 트럼프가 43%의 지지로 해리스(39%)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 정책 전반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지만 미국 유권자들의 뇌리 속에는 집권 1기에서 트럼프노믹스가 보여준 일방주의 통상정책의 위세가 지금도 강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실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이긴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도 트럼프 뺨치는 일방주의 무역정책인 ‘바이 아메리카’로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트럼프 1기 집권에서 실제하는 규제 공포를 느낀 외국 기업들이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에서 잇달아 지갑을 열고 대미 투자와 현지 공장 설립에 나선 것이죠. 여기에는
현대차,
삼성전자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포함됩니다.
통상정책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가진 트럼프 캠프는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연준 이슈를 통해 해리스 캠프와 정책 차별화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죠.
연준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연준 흔들리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
올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독립성을 가지고 시비를 걸자 연준 의장 출신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연준의 독립성 위기가 곧 미국 민주주의 제도의 위협이라며 부작용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Fed의 독립성이 높을수록 가격 안정성이 높아지며, 장기적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민주주의가 강한 경제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연준의 독립성은)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를 포함해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등 4명의 전 연준 의장들은 2019년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기고문을 게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위험한 행보를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적 요구보다 정치적 요구에 근거한 통화정책은 장기적으로 경제를 악화시킨다”라며“소규모 정치인 그룹의 이익이 아닌, 국가 최선의 이익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연준의 역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공화당도 2014년 연준의 재량적 판단에 대한 견제를 위해 정책 결정 때 ‘테일러 준칙’을 기준선으로 삼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 그 경위를 의회 등에 보고하는 내용의 규제 법안(H.R. 5018)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테일러 준칙을 만든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시 WSJ에 쓴 기고에서 “연준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잘 작동했던 규칙에 기반한 정책에서 벗어난 이후로, 우리는 금융위기와 깊은 경기침체 그리고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회복을 겪었다”며 연준 규제 논리를 찬성했습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듬해인 2017년 11월 그는 제롬 파월 당시 연준 이사와 함께 새 연준 의장으로 검토됐습니다.
연준을 견제해야 한다는 과거 이력 상 제롬 파월보다 공화당과 트럼프 입맛에 맞는 인사였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테일러 교수가 아닌 제롬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최종 낙점했습니다.
이를 두고 언론은 “매파인 테일러가 부담스러워 온화한 성격의 파월을 선택한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놓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둘기파로 믿었던 파월 의장의 완고함에 기겁하며 집권 1기 내내 갈등을 표출했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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