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쓸 돈이 없네”... 디즈니도 힐튼호텔도 에어비앤비도 ‘울상’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 [AP 연합뉴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이 여가 지출을 줄이면서 디즈니, 에어비앤비, 힐튼호텔 등 대표적 소비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에서 소비 심리와 연관이 깊는 기업들이 부진한 매출 추세를 보고했다.

소비는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전날 디즈니는 2분기 실적에서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사업부가 소비 둔화 영향을 받았으며, 영업이익이 3% 감소했다고 밝혔다.

디즈니 테마파크 내 장난감, 인형 등의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디즈니 휴 존스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테마파크 사업이 식품·인건비 상승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실적을 발표한 힐튼호텔도 “시장이 확실히 약화되고 있다”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사용 가능한 소득, 가처분 소득이 줄었다”고 짚었다.

지난 6일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주당 순이익을 발표한 에어비앤비도 이번 성수기 수요위축을 언급하며, 연간 매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에어비앤비의 주가는 13.4% 급락했다.

맥도날드도 최근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전 세계 동일 매장 매출이 1%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5달러짜리 메뉴를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크리스 캠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 경영자(CEO)도 “일부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은 채 집에서 식사를 하는 등 생활비를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업체 메이시스의 토니 스프링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5월 실적발표에서 “소비자들은 압박받고 있으며, 상품을 꼼꼼히 고르고, 일부 상품만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도 예년보다 가을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배경으로는 저축액 고갈, 노동시장 둔화 등이 거론된다.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가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한 저축을 모두 소진했다.

또 노동시장은 전체 기간으로 보면 여전히 강세지만, 최근 일자리 증가세가 약화됐고 실업률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지출과 관련 있는 소비자 신용도 둔화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따르면 6월 미국 소비자 대출은 89억3000만 달러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망치는 100억 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