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유입에 주택 매매·임대료 급등
신규 거주자의 연 고정세 3억으로 인상
갑부들에겐 적은 돈이라 실효성 미지수
재정적자 EU 1위인 이탈리아의 고육책

이탈리아 밀라노 전경. [사진=로이터연합]
이탈리아가 자국에 새로 거주하는 고소득자에에 대한 고정 세금을 2배로 인상하기로 했다.

외국인 부유층이 몰려들면서 집값과 물가가 뛴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애초 세금 자체가 적은 수준이라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 정부가 짭짤한 조세 수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를 열고 신규 거주자의 해외 수입에 대한 연간 고정 세금을 현행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에서 20만유로(약 3억원)로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국외 거주자들에게 연간 고정세를 걷는 이탈리아의 세금 제도는 지난 2017년 해외 부유층을 자국으로 유인하고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2017년에 도입됐다.


일률 과세 혜택은 최장 15년 동안 적용된다.

대상은 이탈리아에 새롭게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해외에서 9년 이상 거주하다가 귀국한 이탈리아 국민이다.


정책 시행 이후 억만장자들은 이탈리아로 몰려들었다.

FT는 지금까지 재벌, 사업가, 사모펀드 임원 등 부유층 최소 2730명이 세금을 아끼기 위해 이탈리아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전했다.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페인의 명문 축구 클럽 레알마드리드를 떠나 이탈리아 리그의 축구팀 유벤투스에서 뛴 이유도 세제 혜택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부유층 유입은 그러나 현지 이탈리아 국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했다.

부동산 가격이 먼저 뛰었고 물가도 올랐다.

고액 자산가들의 유입이 집중된 밀라노는 지난 5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43% 올랐고, 주택 임대료는 최근 2년 20% 가까이 상승했다.


정부가 부정적 여론에 이번 세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회게법인 무어 킹스턴 스미스의 팀 스토볼드 파트너 회계사는 “이탈리아에 가려는 사람들이 줄긴 하겠지만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3억원 정도는) 흥미로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적지 않은 조세 수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감사원은 정부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세금 2억5400만유로(약 3816억원)을 거뒀다고 추산했다.


FT는 이탈리아 정부가 세밀하게 조율된 이번 세금 인상으로 세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4%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에서 가장 크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경제재정부 장관은 이날 내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다른 국가들과 세금 감면을 놓고 경쟁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런 경쟁이 시작되면 이탈리아처럼 재정 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국가는 필연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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