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테슬라의 주가 부진에도 국내 2차전지주는 증시 반등과 발을 맞춰 상승했다.

2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하는 상장사 전반이 '블랙먼데이' 주가 하락분을 만회했으나 업황 회복이 요원한 만큼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주요 2차전지주로 꾸려진 KRX 2차전지 톱10 지수는 전날보다 6.72% 오른 3650.77에 마감했다.


전날 하락분(229.97포인트)을 대부분 회복하면서 지난달 31일 수준까지 지수가 돌아왔다.

전기차 대표 기업인 테슬라는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4.23% 하락하며 한 달여 만에 200달러 선을 내줬으나 국내 2차전지 종목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뚜렷한 데다 테슬라 주가가 미국 대선이나 로보택시 공개 등 전방산업 업황과는 별개의 재료에 좌우되면서 2차전지주 가늠자 역할이 축소된 모양새다.


이날 배터리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4.66% 상승한 33만700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에 하락한 1만4000원을 넘어 상승했다.


삼성SDI는 전날 하락분(3만2500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1만4500원(4.77%)이 오르면서 31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7.54% 상승했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하는 LG화학POSCO홀딩스는 각각 6.24%와 5.09% 반등했다.


'에코프로 3형제'는 10%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블랙먼데이 직전 가까이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다.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보다 9.76% 올랐고, 에코프로에코프로머티는 각각 12.82%와 10.93%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엘앤에프도 10만1500원에 마감하면서 10만원대를 탈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광물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어 2차전지주가 단기 반등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그룹 등이 2분기에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는 등 전기차 캐즘이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탄산리튬 가격이 최저치를 찍은 데다 니켈 가격 역시 하락세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아닌 수급이 2차전지 섹터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에 불과해 상승세가 추세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며 "결국 전기차를 부양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는 등 수요 회복이 전제돼야 캐즘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산업이 좀처럼 회복 기색을 보이지 않자 투심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ESS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송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터리다.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자 ESS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진시스템한중엔시에스 등 ESS 관련주는 올해 들어 각각 30.65%와 300.49% 상승률을 나타냈다.

배터리셀사와 소재사들도 경쟁적으로 ESS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이뤄진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전기차 생산라인을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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