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피크아웃'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2일 증시에서 일제히 급락했다.


1일(현지시간) 7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돌고 고용지표도 둔화된 것으로 발표되자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화장품,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등 최근 빠른 속도로 북미 지역 수출이 증가했던 업종들에 대한 하반기 실적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게다가 올 들어 개인들이 코스피를 떠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매수로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던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주들이 크게 흔들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65% 하락한 2676.19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위태롭던 2700선이 무너진 후 계속 낙폭을 키우면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700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6월 5일(2689.50) 이래 2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일 2268조원에서 2189조원으로 줄어 79조원이 증발했다.

2020년 8월 20일 3.66% 떨어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코스닥 역시 4.2% 하락한 779.33에 거래를 마쳐 800선이 또다시 무너졌다.

코스피는 6월 초 이후의 상승폭을 반납했고, 코스닥은 작년 11월 지수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날 대형주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종목은 HD현대일렉트릭이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2분기 실적발표에서 북미 지역 변압기 수출 호조에 따라 컨센서스를 70% 웃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시작 시그널에 따라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기대가 약화됐다.

인공지능(AI) 수요가 촉발하는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피크를 쳤다는 우려에 이날 14.2% 하락한 것이다.

효성중공업은 11.79%, LS일렉트릭 역시 8.26% 내렸다.


자동차주들 역시 크게 흔들려 현대차가 3.75%, 기아가 4.46% 급락했다.

1일 발표된 7월 미국 판매량에서 현대차는 전년 대비 3.5% 늘어난 7만5400대, 기아는 10.4% 하락한 6만36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아마존의 저조한 실적에서 확인되는 미국 경기 침체 신호로 그동안 미국 수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던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이 6.8%, 코스맥스가 5.32% 하락한 데 이서 한국콜마도 3.18% 내렸다.

화장품 판매 플랫폼인 실리콘투 역시 8.59% 하락으로 마감했다.


다만 비농업 고용지표 발표나 이달 말 엔비디아 실적 발표까지는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지속성이 약한 만큼 섣불리 저점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턴어라운드를 확인한 후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아시아 증시 하락폭은 과거 평균치를 크게 뛰어넘어 단시간에 봉합될 것 같지 않고 패턴으로 볼 때 하방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통상적으로 미국 대선을 앞둔 3개월 동안 주가 부양에 나설 수도 있고 현재 확인되는 기업이익 전망치가 나쁘지 않아 우량주는 투매하지 않고 보유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