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뉴질랜드, ‘청정기술 기업 네트워크’ 구축…“韓 제조·뉴질랜드 기술 만나 시너지 기대”

뉴질랜드 클린테크 경제사절단 한국 찾아
SK·LG·CJ 등 한국 기업 만나 협력 방안 모색
“제조 강국 한국, 아시아 클린테크 거점 검토”

지난 30일 서울 주한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열린 뉴질랜드 클린테크(청정기술) 사절단 방한 리셉션 행사에서 던 베넷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비롯한 한국, 뉴질랜드 기업인들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제조업이 강한 한국의 기업이 뉴질랜드의 첨단 청정기술(클린테크)와 만난다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물론 아시아 시장을 향한 다양한 협력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한국을 아시아 생산거점 후보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청정에너지 기술(클린테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과 뉴질랜드 기업간 ‘클린테크 협력 네트워크’가 마련됐다.


뉴질랜드무역산업진흥청(NZTE;New Zealand Trade Enterprise)과 아시아뉴질랜드재단(ANZF;Asia New Zealand Foundation)의 주도로 이달 25~31일에 걸쳐 뉴질랜드 클린테크 기업인 11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찾았다.

방한 기간 동안 사절단은 SK그룹, LG그룹, CJ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의 산업 현장을 찾아 클린테크 기술력과 양국 기업 간 클린테크 기반 솔루션 개발 등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뉴질랜드 사절단은 한국 시장과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비롯해 한국 파트너들과 향후 지속가능한 청정기술 분야 협력 방안을 발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질랜드 클린테크 사절단은 총 11개 기업으로 △Zelandez(리튬 염수 탐사·추출 서비스) △NILO(재생접착제 제조) △CarbonScape(바이오흑연) △Mint Innovation(도시광산) △Upcycle(폐배터리 재활용) △Neocrete(탄소제로 콘크리트) △EnergyBank(부유식 해상풍력용 ESS) △Opo Bio(배양육 세포주) △Aspiring Materials(탄소포집) △Fiona Bycroft(전기추진 요트) △Alimentary Systems(바이오에너 발전) 등 다양한 업종의 청정기술을 가진 기업들로 구성됐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뉴질랜드 ESG 비즈니스 데모데이’에서 클린트 반 마레위크(Clint Van Marrewijk) 젤란데즈(Zelandez) 공동설립자가 회사를 한국 기업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

이들 가운데 이미 젤란데즈(Zelandez)와 같은 기업은 세계 최대 리튬 염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2차 전지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젤란데즈는 북미,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지에서 앨버말, 리오 틴토, 알켐과 같은 리튬 채굴 회사 30여곳에 리튬 염수 채굴·추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한국 회사와 활발한 협력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폐배터리 등 400여종 제품의 재활용 기술을 가진 회사 업사이클(Upcycle)은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소니드의 자회사 소니드리텍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해 업사이클은 뉴질랜드에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 플랜트 구축을 마치고 소니드리텍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탄소배출 저감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업종의 한국 기업들도 뉴질랜드 클린테크 기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네오크리트는 화산재 등 첨가제를 활용해 콘크리트 강도의 손실 없이 생산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멘트 사용량을 30~50%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미 뉴질랜드 주택부가 주도한 사업에서 네오크리트 기반 주택을 건설한 사례도 있다.


맷 케네디 굿(Matt Kennedy-Good) 네오크리트(Neocrete) 대표는 지난 30일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 시멘트 회사들과 면담에서 네오크리트가 개발한 탄소제로 콘크리트를 활용한 탄소배출 저감에 관심을 보였다”며 “한국 시멘트 기업과 협력이 성사되면 탄소제로 콘크리트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서울 LG마곡사이언스파크를 찾은 뉴질랜드 클린테크(청정기술) 사절단의 모습. [사진=뉴질랜드무역산업진흥청]
이번 사절단 방한을 계기로 국내 대기업과 뉴질랜드 클린테크 기업 간 추가적인 협력 사례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플랜트 회사 앨리멘토리 시스템즈(Alimentary Systems)의 메튜 잭슨(Matthew Jackson) 공동창업자는 “서울 LG마곡사이언스파크에서 목격한 LG화학의 탄소중립 달성 노력과 재생에너지 활용 추진이 고무적이었다”며 “CJ제일제당의 순환경제 형성을 위한 독특한 접근방법도 겪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정엽 뉴질랜드무역산업진흥청(NZTE) 상무참사관 직무대행(Acting Trade Commissioner)은 “이번 사절단 방한은 한국과 뉴질랜드 양국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뉴질랜드 클린테크 솔루션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운 한국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서도 신재생에너지 개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뉴질랜드의 전체 에너지의 약 40%는 지열, 수력, 풍력 발전 등에서 나온다.

아직까진 화석연료가 주로 쓰이는 생산현장이나 화물운송이 아닌 전력 생산만 따지면 청정에너지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5%에 달해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다.


최근 뉴질랜드 정부는 ‘탄소제로’ 정책을 가속하기 위해 38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7800만뉴질랜드달러를 투자해 총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뉴질랜드 정부는 연간 전력 생산에서 청정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내년까지 90%, 2030년까지 100%로 확대하며, 2035년까지 총 에너지 소비량의 5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도 2019년 1월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를 계기로 뉴질랜드와 그린수소 분야에서 협력 방안에 관한 연구에 착수하는 등 2015년 한-뉴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청정에너지 분야로도 양국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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