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A지만 지원안 총점은 B-학점”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정부가 전날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두고 ‘B-학점’이라고 평가하는 논평을 내놨다.


3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안) A학점 지원방안 총점은 B-에 머물러’라는 논평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의 명확한 책임 주체를 명시하는 등 거버넌스 핵심 이슈를 해결할 로드맵과 국민연금 역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포럼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기업가치 제고를 책임지고 이행할 주체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 일본은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통해 상장회사의 이사회가 주주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이사회가 주가를 올리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도록 했다”며 “기업가치 제고와 일반주주의 투자가치 보호에 대한 책임 주체 지정이 있어야 비로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평에는 이번 밸류업 지원방안이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동기부여에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는 “주가 상승에 대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인식이 상반되는 현실에서 기업과 이사회가 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올리고자 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근거 제시가 없다”며 “단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관점이라면 아무리 구체적이고 좋은 말이 가득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미사여구로 그치고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회장은 동기부여가 없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사례로 오는 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인 HD현대마린솔루션을 들었다.

그는 “2022년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에 대한 상장 심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HD현대는 이를 비웃기나 하는 듯 HD현대마린을 상장한다”며 “HD현대 주식 10% 이상을 보유한 국민연금이나 과반수 지분을 가진 일반주주 피해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일본 거버넌스 개혁의 성공 원인인 ‘이사회의 업그레이드’가 우리도 절실하기에 상장사들이 컨설팅, 증권사, 회계법인의 전문가들과 계약해서이사들의 재무 회계 지식을 제고시키길 권한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자사주 의무 소각 등 명확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이 회장은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2차 세미나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안)은 아주 디테일하고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가이드라인(안)이 5월에 확정되면 금융수장, 임원,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장사들을 설득한다는 가정하에 가이드라인(안)에 A학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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