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vs“적정”…사려는자-팔려는자 입장차에 속절 없이 쌓이는 아파트 매물

매물량 매월 3000~4000건 증가
거래량은 1000~15000건 늘어
거래 회복세에도 적체 속도가 더 빨라
“횡보장세 한동안 이어질 것”

매매거래 건수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적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들이 황사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총선 전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집을 보러 오는 매수자들이 많았는데 총선 직후 문의 전화가 크게 줄었어요. 3월에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추격 매수세도 기대했지만, 총선 결과를 보고 매수자들이 일단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같네요”(노원구 상계동 한 중개업소 대표)
수도권 주택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원하는 가격 차이가 여전히 큰 탓이다.

최근 거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물 적체 속도에는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약 8만3880건으로, 이는 전월(8만2025건) 대비 2000건가량 늘어난 수치다.


매물량은 매월 3000~4000건 증가하는 추세다.

올 1월 7만4000건대였던 매물량은 2월 7만8000건대로 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1000건대에 머물렀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3월 각각 568건, 2505건, 3561건으로 늘었다.

다만, 매물 적체 속도에는 못미치면서 시장 매물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거래 신고기한이 계약 후 30일 이내라는 걸 고려할 때, 이런 추세라면 3월 거래량은 4000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거래량이 1만9353건을 기록하는 등 늘어나는 추세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량(15만3853건)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매도자와 매수자 간 원하는 금액대 간극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세금에 비해 집값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생각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던지고 있는데, 시장에서 이를 받아줄 수요가 없는 게 문제”라면서 “집을 팔려면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그런 매물이 다수가 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이 매물 적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투자수요 사라진 주택시장…횡보장세 이어질 듯
향후 주택시장은 실수요자 위주의 거래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규제 완화 정책이 이번 총선 참패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택시장은 철저히 무주택자와 갈아타기 실수요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


갭투자 대신 강북 등 외곽의 2주택을 정리하고 강남권의 ‘똘똘한’ 1채로 갈아타려는 주택 수 줄이기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 규제가 임시 처방으로나마 상당 부분 완화돼 있음에도 시장에 가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권 교체 때마다 달라지는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이라며 “과거에는 갭투자 등 투자수요가 거래량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집을 사겠다는 상담은 없고 보유 주택 수를 줄이려는 매도자들의 상담만 줄을 잇는다”며 “다주택자들이 더이상 주택 수를 추가로 늘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전셋값이 다시 상승하면 갭투자 환경이 나아지며 거래가 지금보다는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등 임대 환경도 바뀌면서 다주택자 위주의 과거 수준으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최근 자산가들은 집보다는 상업용 건물로 투자 방향을 선회했다”며 “총선 이후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 거래량 모두 현 수준의 횡보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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