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보조금 경쟁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반도체는 미·중 갈등을 일으킨 원인일 정도로 국가·경제에서 중요하다"며 "기술·국방·우주 등을 모두 관통하는 핵심인 반도체를 지금 지원하고 더 성장시키지 못하면 영영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18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반도체 보조금·지원 전쟁에 한국이 바로 참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도체라는 산업 자체가 한번 크게 뒤처지면 좀처럼 쫓아가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면서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전했다.

한국에 특별한 보조금 제도가 없는 만큼 현실적인 대안으로 정책금융기관 등의 금융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매경의 제언에 그는 동감했다.


특히 가장 빠르게 반도체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산은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저리 대출과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산은이 미·일 보조금 경쟁에 대응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려면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10년째 30조원에 묶여 있고 이미 26조원을 소진한 상태다.

강 회장은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음에도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는 10년 전의 30조원으로 동일하다"면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전 세계 차원의 보조금 전쟁이 시작된 지금이 자본금 한도를 증액할 적기"라고 말했다.

자본금 한도를 증액하기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이 필요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적인 강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비메모리에서는 미국의 인텔이나 대만 TSMC에 밀리고 있다.


강 회장은 "비메모리에 속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한국 기업은 이 분야에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이라며 "지금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반도체 생태계를 바로 세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공무원들이 자국 내에 생산시설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우리 반도체 업체에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그만큼 경쟁이 고조돼 있기 때문에 우리도 바로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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