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악재네”… 미국에 중동까지 살얼음판 걷는 코스피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이 표시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속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등 국내 주식시장은 겹악재를 맞닥뜨렸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시장을 짓누르며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2500선까지 내려오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오전 9시 5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8.78포인트(0.34%) 오른 2618.41을 기록하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국내 증시는 전날 2% 이상 급락했으나 하루 만에 반등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인하 지연 시사 발언과 국채 금리 상승에도 저가 매수가 유입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17% 상승한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0.21%, 0.12%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경계성 발언과 미국 금리 상승에도 엔비디아, AMD 등 인공지능(AI)주 반등에 따라 미국 증시 낙폭이 제한됐다”며 “장중 낙폭과대와 기술적 매수세 유입 여부, 원·달러 환율 변화 등에 주목하면서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은 110억원, 기관은 369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반면 개인은 홀로 430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받치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는 1.31% 상승한 843.71을 나타내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불거진 중동 지역의 갈등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내림세다.

도쿄증시에서 니케이225지수는 0.32% 하락 중이다.

홍콩 항셍지수와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1.92%, 1.65% 급락하고 있다.


쏟아지는 악재에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장중 1400원대로 추락했다.

지난 2022년 11월 7일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등 세 차례뿐이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값이 지난 2022년 저점이던 144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심화되지 않는 한 환율이 1400원대 중반으로 상승하기에는 부담”이라면서도 “중동 이슈가 장기화될수록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또 다른 불확실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중동발 위기에 국제유가도 급등 조짐을 보였으나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가뜩이나 늦어지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에서는 당초 오는 6월로 예상했던 연준의 올해 첫 금리인하 시점을 9월로 늦추는 분위기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반년간 진행된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치 상향 조정이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며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상승 후 가격 부담으로 인해 단기간 내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2500선이 저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2분기 코스피 하단을 2550으로 제시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코스피 하방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2510포인트까지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주가 하락 배경이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흐름을 바꾸는 요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2500대에서 매수 대응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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