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기록적인 순매수를 펼쳤던 외국인들도 결국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값 급등과 위험자산 회피심리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 15일 코스피에서 2554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16일에도 27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선물 시장에서는 1조2000억원을 팔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그동안 실적 호조를 주가에 빠른 속도로 반영하던 반도체·전력기기 업종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밸류에이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큰 폭으로 조정됐다.


그동안 반도체주를 집중 매집했던 외국인들이 이날 매도에 나서자 반도체 업종의 하락이 가속화됐다.

외국인이 288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SK하이닉스는 4.84% 하락했다.


그동안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고 지적받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도 대거 순매도 대상이 됐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들이 15일(현지시간) 대거 조정을 받자 그 여파로 한미반도체가 4.1% 하락했으며 이수페타시스는 8.15% 내렸다.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던 전력기기·전선 업종의 급락도 두드러졌다.

최근 급등한 주가 부담으로 차익 실현 매도가 나와 HD현대일렉트릭이 14.49% 하락하고, 효성중공업이 14.12% 내리며 그간의 상승폭을 한꺼번에 되돌렸다.


다만 올 들어 외국인 매수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이틀간의 매도로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올 들어 한국 증시에서 사들인 규모가 19조원이기 때문에 매매 방향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고금리에 강달러로 외국인들이 헤지 차원에서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이지 시장의 펀더멘털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장중 '8만전자'가 무너진 삼성전자가 외국인들의 코스피 순매수 1위일 정도로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은 종목은 사고, 신고가를 기록했던 종목은 파는 모양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이 더 이상 상승 모멘텀을 주기는 힘들지만 코스피 하단은 한 단계 높아졌다고 본다"며 "밸류업 정책이 지수를 끌어올리지는 못해도 지지해주는 역할은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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