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처럼 주가도 올려봐라”…교촌, 개미 원성 폭주 [오늘, 이 종목]

교촌에프앤비, 1위→3위로 추락
매출 14.6%↓…가격 인상에 영업이익 738.5%↑
“영업 실적 개선 전망…당분간 인상 계획 없어”

(일러스트=김지연)
지난해 4월 교촌오리지날·허니콤보 등 주요 상품 비용을 인상하며 ‘치킨값 상승’ 물결을 주도해온 교촌치킨이 최근 주가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보합(786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 699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천천히 상승해 8000원 선에 올라섰으나 최근 다시 아래로 처지는 모습이다.


교촌에프앤비 주가는 최근 1년간 약 16% 감소했다.

상장일인 2020년 11월 12일 이후로는 75%가량 급락했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1년 동안 외국인이 3억8579만원어치, 기관이 3268만원어치 순매수한 가운데 개인이 3억2769만원어치 매도했다.


국내 치킨 빅3 매출 순위 재편…‘bhc-제너시스BBQ-교촌치킨’ 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치킨 빅3의 매출 순위는 지난해 bhc, 제너시스BBQ, 교촌치킨 순으로 재편됐다.

2014년부터 8년간 업계 1위를 차지했던 교촌치킨은 2022년 bhc에 1위의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제너시스BBQ에 밀리면서 업계 3위까지 내려오게 됐다.


국내 치킨 빅3 중 유일하게 매출이 꺾인 곳도 교촌치킨이다.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매출은 4259억원으로 14.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738.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 개선은 지난해 4월 교촌의 가격 인상 영향이 크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가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교촌치킨은 가격 인상으로 인해 거센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4월 3일부터 교촌치킨 메뉴 가격을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올리는 내용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대표 메뉴인 ‘교촌오리지날’ 가격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허니콤보’ 가격은 2만원에서 2만3000원이 됐다.

대표 메뉴 가격을 3000원이나 올린 것은 그동안 치킨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큰 인상폭이다.


당시 교촌치킨 측은 가격 인상을 두고 “납품 가격 인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교촌치킨은 원육 납품 가격을 2014년 이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해당 기간 동안 본사 매출 원가율은 77.3%에서 86.2%까지 오르는 등 점주 부담을 본사가 나눠 짊어져왔다”며 “그러나 본사 지원도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납품 가격과 치킨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촌은 지난해 매장을 10곳 늘리며 공격적인 매장 확대 전략을 폈다.

그런데도 매출이 뒷걸음질한 것은 그만큼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브랜드 평판에 타격이 크다.

교촌치킨은 지금까지도 소비자 원성이 높은 ‘배달비’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해 배달비 유료화에 앞장섰다.

2021년 말에도 교촌치킨은 제품 가격을 평균 8.1% 올리며 타 주요 업체들의 인상 도미노를 이끌어낸 바 있다.


“주주 위한 대책 없어…가치 제고해야”
(네이버페이 증권 종목토론실 갈무리)
한편 국내 투자자들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교촌에프앤비 주가에 불만이 큰 상황이다.

최근 교촌에프앤비 종목토론방에서는 한 투자자가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 팔고 싶지만 팔고 나서 오르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지금의 나를 거지로 만들었다.

주주를 위한 대책도 없는 교촌은 진짜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이럴거면 상장을 왜 한 거냐” “3년 버티고 있는데 이제는 그냥 없어진 주식이라 생각하고 놔둔다” “닭값(치킨값) 올리듯 주가도 올려봐라” 등 투자자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상장일이 주가 고점이었던 교촌치킨은 현재 ‘물려 있는’ 주주들이 대부분이다.

나무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교촌에프앤비에 투자 중인 3556명(총 보유 수량 75만7398주)의 평균 단가는 약 1만8647원으로 이들은 평균 손실률은 49.16%에 달한다.

7000원대인 현재 주가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전체 투자자들 중 99%에 육박하는 이들이 교촌에프앤비 주식으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자 개미들은 서서히 교촌에프앤비를 떠나는 모습이다.

이달 10거래일 중 3거래일은 교촌에프앤비 주식 거래량이 6000주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기록됐다.

연간 사업보고서를 비교해 보면 교촌에프앤비 소액주주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기존 3만705명에서 2만7383명으로 약 11% 줄었다.

반면 이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기존 27.51%에서 28.66%로 오히려 불어났다.

주주 수는 줄었는데 보유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물타기’ 중인 주주들이 많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실적 예상…당분간 인상 계획 없어”
다만 증권가에서는 교촌에프앤비 주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자재 가격 안정화에 따른 마진율 상승, 가격 인상 효과 등이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예상보다 긍정적인 실적을 예상한다”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그는 “소비 경기 악화에도 회사의 영업 실적 개선은 가파를 것이다.

수익성 개선 추세는 2025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교촌치킨 측 역시 당분간은 인상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교촌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대비 성장 기조로 가고 있으며, 1·2분기 실적은 시장 추정치(컨센서스) 수준으로 양호하게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가 역시 실적에 선행하는 만큼, 지난해 말 저점을 찍은 뒤 올 들어서는 계속해서 좋은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킨값 인상으로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앞으로 시간이 걸려 성실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은 당장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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