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지정학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또 다른 악재가 부각된 채권시장도 당분간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시장 충격은 장기채와 신흥국 채권에 더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 장기국채(TLT)'는 연초 대비 주가가 8.1% 떨어졌다.

같은 자산운용사에서 나온 '아이셰어 단기국채 ETF(SHY)'가 0.9%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 중반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 듀레이션(채권 현금흐름의 가중평균만기)이 긴 장기채 ETF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아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중동지역 불안으로 유가가 당분간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장기채 추가 가격 하락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처럼 국제유가와 시장금리가 동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선 미국채 10년물을 전고점인 5%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이 역전된 상황이지만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승하면서 장기금리가 올라가면 듀레이션이 높은 장기 채권은 더욱 불리해진다.


3월 CPI 발표로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자 조정받기 시작한 신흥국 채권들도 추가 가격 하락이 있을 전망이다.

지정학적 이슈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가 강해지면 신흥국 채권 선호는 약해질 수밖에 없고, 달러화 대비 로컬 통화 약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3월 20일 103.04였던 달러인덱스는 이달 12일엔 105.83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값이 오르고 신흥국 통화가 상대적 약세를 보이며 '반에크 신흥국 로컬통화 채권'은 연초 대비 4.3% 하락한 가격에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