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서 24년을 기다렸다…간밤에 즐긴 ‘이 술’ 어떻게 만들어지나 보니 [르포]

하이트진로 이천 증류주 공장 가보니
일품진로, 올해는 24년산 출시 앞둬
5000개 오크통서 증류원액 ‘대기 중’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증류주 제조라인의 지하창고 모습. [이하린 기자]
지난 11일 경기도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지하창고 안에 200ℓ짜리 오크통 5000여 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증류원액(증류식 소주의 원료)을 담은 통이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진로’ 등 희석주뿐만 아니라 ‘일품진로’, ‘일품진로 오크43’, ‘진로1924헤리티지’ 등 다양한 증류주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창고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코끝으로 알코올 향이 스며드는 게 과연 ‘술 공장’ 다웠다.

증류주 생산을 책임지는 이곳에서는 1년부터 24년까지 천차만별의 숙성기간을 지닌 증류원액이 제품화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23년산 일품진로 한정판이 출시됐고, 올해는 24년산 제품이 나온다.

이 외에도 원액을 활용해 얼마든지 다른 상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하이트진로의 ‘비밀병기’인 셈이다.


미국서 수입한 오크통에 원액 수십년 숙성
하이트진로는 증류주 생산을 위해 버번 위스키를 숙성했던 오크통을 미국에서 전량 수입했다.

오크통 속 원액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 안에 있는 셀룰로즈와 반응해 우리가 흔히 아는 위스키와 같은 술이 된다.


현장에서 23년산 일품진로를 마셔보니 실제로 일반 증류식 소주와는 달리 위스키 향이 올라왔다.

한 모금 넘겼을 때 느껴지는 나무향과 끝맛의 달달함이 조화로웠다.


하이트진로는 오크통마다 검정일, 용량, 최초주입일, 재주입일 등이 적어넣고 정성껏 관리 중인데 생각 이상으로 공이 많이 들어간다.


이영규 하이트진로 증류주 제조파트 파트장은 “바깥 날씨와 상관없이 창고 온도를 늘 10도 내외로 유지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술에 포함된 에탄올과 휘발성분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연평균 2% 정도의 양이 자연 휘발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숙성고 상하부 온·습도 차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오크통 위치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필요에 따라 보수·교체·폐기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증류주 제조라인에는 200ℓ 오크통 외 1만ℓ 대형 오크통도 수십개 자리하고 있다.

이영규 파트장은 “대형 오크통은 프랑스에서 코냑을 숙성하던 거다.

이 안에서도 수년째 원액을 숙성 중이며, 어떤 제품을 만들지는 아직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100주년’ 하이트진로…주류 포트폴리오 강화
전장우 하이트진로 상무. [사진 출처 =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주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일반 소주 외에 고급 증류원액을 활용한 프리미엄 증류주에도 힘을 준다는 방침이다.


프리미엄 술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8년부터 출시한 일품진로 한정판은 매년 조기 완판되고 있으며, 지난해 나온 ‘일품진로 23년산’ 8000병 역시 나오자마자 품귀 현상을 빚었다.


하이트진로는 증류주뿐만 아니라 아직 생산하지 않는 청주, 위스키 분야에 대한 연구 또한 지속할 계획이다.


통합연구소 발족도 앞뒀다.

현재 맥주 연구소는 강원 홍천공장, 소주 연구소는 충북 청주공장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를 단일 연구소로 통합해 여러 주류 분야에 대한 종합 연구를 이어간다.


전장우 하이트진로 상무는 “시대와 소비자 요구에 맞춰 주류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언제든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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