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1분기 배터리·소재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체의 경우 지난해 생산설비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는 등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C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4725억원, 영업손실 355억원이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37% 감소하는 가운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SK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 SK넥실리스의 지난해 동박 가동률은 전년 대비 33.4%포인트 감소한 54.7%에 그쳤다.


통상 공장 가동률은 3~4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된다.

또 다른 동박 업체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1년 전보다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95% 감소한 51억원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가동률은 82.3%로 전년 대비 7.2%포인트 낮아졌다.


양극재·분리막 등을 생산하는 LG화학 첨단소재 사업부문은 지난해 가동률이 53.9%로 전년 대비 4.8%포인트 줄었다.

LG화학의 올해 1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12조5942억원, 영업이익 1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74.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감소의 상당 부분이 첨단소재 사업부문 가동률 하락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리막 기업들은 기술·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로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재고자산회전율이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원가를 재고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보유한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재고가 팔리는 속도가 느려 창고에 오랫동안 재고자산이 쌓여 있고, 재고자산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난해 재고자산회전율은 3.8회로 전년(5.2회) 대비 감소했다.


더블유씨피는 재고자산회전율이 2022년 10.14회에서 지난해 4.78회로 크게 줄었다.

양극재를 판매하는 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도 재고자산회전율이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8.1회에서 지난해 6.7회로, 엘앤에프는 같은 기간 4.7회에서 4.0회로 감소했다.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올해 1분기 잠정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내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가동률은 69.3%로 전년 대비 4.3%포인트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50%대 초반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스바겐, 볼보, 르노 등 유럽에 있는 고객사들의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가동률 조정에 따라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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