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더리움에 눈을 돌려라.'
비트코인이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급등하자 시장이 서둘러 두 번째 주자 골라내기에 나섰다.

가장 유력한 주자는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주도한 블랙록이 이더리움 ETF 승인을 이끄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되는 것도 관심사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합의 알고리즘을 쓰는 데다가 증권성 여부도 아직 명확하게 판별이 나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1차 승인 마감일인 5월 중에 통과하기엔 난관이 예상된다.

하지만 연말까지는 승인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더리움 ETF에 쏟아지는 기대
비트코인이 ETF를 등에 업고 사상 최초로 1억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에 이어 가장 대중적인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선물 ETF가 승인돼 뉴욕 주식시장 등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 조작의 우려가 낮고 유동성도 높다.

2015년 출시돼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더불어 안정성도 높다.


선물 다음은 현물이다.

이더리움의 현물 ETF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올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번스타인에서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뒤를 이어 현물 ETF를 승인받을 수 있는 유일한 가상화폐라고 평했다.


이 같은 기대는 가격에도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에 눌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도 비트코인이 1월 초 ETF 승인 이후 70% 가까이 오른 데 비해 이더리움은 50% 수준의 상승에 그쳤다.

그렇지만 4월 들어서는 500만원대를 회복한 데 이어 비트코인이 ETF 매도 등으로 소폭 조정받을 때 반등에 나서는 등 차별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의 현물 ETF 승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PoS 합의 알고리즘을 쓰기 때문에 예치에 따른 수익이 발생한다.

현물 ETF가 승인되려면 먼저 예치하는 곳에 대한 신뢰가 보장돼야 하며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공정한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이더리움의 예치가 이뤄지는 리도 파이낸스와 같은 곳들은 신생 블록체인 프로젝트여서 전통 금융권이 요구하는 신뢰 수준에 부합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더리움 예치에 큰 변화가 있어야만 현물 ETF가 승인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더리움의 증권성 여부도 걸림돌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서는 다수의 경로를 통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과 함께 원자재 상품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ETF 승인 주무부처인 SEC에서는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간주하는 추세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더리움이 증권이냐'는 수차례 질문에 모두 즉답을 피했다.



블랙록의 두 번째 도전, 성공할까
이더리움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권에서는 블랙록이 이번에도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에 승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첫 신청이 2013년 이뤄졌지만 블랙록이 지난해 ETF 승인에 참여하면서 무게추가 기울었다.

블랙록은 지난해 11월 이더리움 현물 ETF 신청서를 SEC에 제출했으며 피델리티 등도 함께 신청했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도 변수다.

금융업계에서는 미국 민주당과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과거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당선 시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현재 SEC 등에서 확인되는 부정적인 기류가 일순간 바뀔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여러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시장에서는 우선 1차 마감으로 제시된 5월에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시해온 블룸버그는 5월 승인 가능성을 30%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선물 ETF가 상장돼 있고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도 SEC와 운영사가 에어드롭 등 비트코인 보유에 따른 수익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승인 자체가 무산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번스타인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기한을 올해 말로 제시하고 SEC가 결국 상장을 허용할 것이라고 봤다.



ETF 승인돼도 비트코인 대박 재현 미지수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된다 하더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처럼 대박 사례가 재현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전통 금융권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에 사상 처음으로 가상자산을 편입시킨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상장 이후 역대 최단 100억달러 자산, 500억달러 거래량 돌파도 이 같은 의미가 작용한 결과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대안자산 성격이 금융권에 받아들여졌다는 해석이다.


반면 이더리움은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한 탈중앙화 서비스에 기반한 자산이다.

이더리움이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탈중앙화 금융, 대체불가토큰(NFT)과 같은 서비스들이 활성화돼 신규 산업군으로 안착해야 한다.

탈중앙화 금융은 2022년 테라 프로젝트의 몰락에 직격탄을 맞은 이후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NFT의 인기도 최근에는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평가다.


탈중앙화 금융, NFT에 이어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가 탈중앙화 소셜미디어다.

탈중앙화의 대표 주자 중 한 곳인 파캐스터는 이더리움의 창립자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블랙록이 내놓아 관심을 끈 토큰화 펀드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탈중앙화 서비스가 대중화될수록 이더리움 현물 ETF의 대박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탈중앙화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현물 ETF가 승인되는 조건이 갖춰지면 비트코인의 전철을 밟아 이더리움도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코빗리서치센터에서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이더리움의 적정 가치를 512만원에서 2112만원까지로 제시했다.

500만원을 기준으로 최소 2%에서 최대 420%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두 조건이 실현된다면 비트코인 현물 ETF를 넘어서는 대박도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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