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이 기대했던 오는 6월이 아닌 하반기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밝힌 지난달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이는 블룸버그 전망치(3.4%)를 상회했을 뿐만 아니라 전달(3.2%)보다 높았다.


CPI가 지난 1~2월에 이어 3월에도 뜨겁게 나온 주요 원인은 여전히 높은 주거비였다.

CPI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연준은 주거비가 하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상품 물가는 둔화하고 있지만 서비스 물가가 잡히지 않는 것도 CPI를 끌어올린 원인이다.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했다.

그러나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는 지난달 전년 동월에 비해 5.4% 상승했다.

3월 CPI 발표 직후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6월에서 9월로 후퇴했다.

발표 직전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50%를 상회했지만 발표 직후 22.9%로 급락했다.

인하 횟수도 두 차례(9·12월)로 줄었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와브 최고투자전략가는 "이제 6월 기준금리 인하는 분명히 테이블에서 빠졌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기존 인플레이션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시마 샤 프린시플애샛매니지먼트 최고글로벌전략가는 "세 달 연속 뜨거운 물가는 디스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잠깐 주춤했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0일 달러당 엔화 가격이 34년 만에 최저치인 152엔대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하락세를 보였으며 미국 CPI 수치가 발표된 뒤로 더욱 떨어져 장중 달러당 152.72엔까지 밀렸다.

이는 1990년 6월 이후 3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일본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화 매도세가 강해졌다고 분석한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지난 9일 "과도한 움직임에 대한 모든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시장 개입을 시사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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