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회사들이 최근 몇 년간 내세운 내부통제 강화가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당장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도입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만들라는 당국의 주문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KB국민은행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두 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대구 한 지점에서 2020년 8월 말부터 지난달 8일까지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등 총 111억3800만원의 가계대출에서 대출신청인의 소득이 과다 산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지점 직원이 실적을 위해 차주의 소득 수준을 자의적으로 높게 적용해 과다 대출이 이뤄졌다.

또 경기도 용인시 한 국민은행 지점에서는 동탄 모 상가 분양 대상자들에게 272억원의 담보대출을 내줄 때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3일에도 경기도 안양시 한 지점에서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담보가치를 부풀려 104억원을 빌려준 배임 건을 공시했다.

이 건으로 금융감독원이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별건의 금융사고가 또 드러난 것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한 직원이 고객 자금 15억4100만원을 횡령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사업자금 인출을 요청받지 않았는데도 요청이 있었던 것처럼 자금집행요청서를 허위로 만들어 대출금을 임의로 작성하거나 계좌 비밀번호를 알아내 이 같은 행위를 벌였다.


OK저축은행도 최근 개인회생 차주 4000여 명의 연체 정보를 등록 사유 발생 전에 신용정보회사에 넘겨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새마을금고는 '양문석 편법대출' 의혹이 드러나면서 일선 지점의 대출관리에 대한 점검을 받고 있다.

금감원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출이 이뤄진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의 전체 주택담보 개인사업자대출 53건 중 40건가량에서 '용도 외 유용' 의심 사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2022년 우리은행의 700억원 규모 횡령, 지난해 경남은행의 3000억원 규모 횡령 등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순환근무제·명령휴가제 강화 같은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는데도 여전히 현장에선 부실하게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책무구조도가 향후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금융지주와 은행부터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고 제출해야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최근 은행장들을 만나 "책무구조도가 은행 내부통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각 금융지주들은 이미 로펌 및 회계법인들 자문을 받아가며 책무구조도를 만들고 있지만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두고 고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각 금융사가 준비 중인 책무구조도가 중구난방이라는 지적을 당국에서 받고 있어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DB산업은행도 지난 8일 지배구조법 개정 대응을 위한 내부통제체계 고도화 연구용역 입찰을 공지하며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에 들어갔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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