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강동구 아파트촌 전경. 매경DB

"요즘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주로 아파트를 매수하는데, 서울보다 지방에서 많이 와요. '똘똘한 한 채'는 서울이라는 거죠."(서울 강동구 고덕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

심각한 인구 유출로 '지방 쇠퇴' 전망이 짙어지는 가운데 지방 사람조차 "서울이 제일 안전하다"며 서울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곳을 조정지역에서 해제하며 비과세까지 받을 수 있어 지방 사람의 서울 원정 투자가 늘고 있다.


올해 초 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씨는 전세를 끼고 9억원대 서울 아파트를 매수했다.

대구 집을 처분하고 남은 돈으로 서울 아파트를 산 것이다.

김씨는 "2년 뒤엔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서울 아파트가 안전할 것 같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처럼 서울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서울 외 거주자 비중은 지난해 10월 21.3%에서 올해 2월 23.4%로 2%포인트가량 올랐다.

비서울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부터 본격 늘었다.

가장 큰 원인은 서울에서 갭투자를 해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5일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규제를 해제했다.

조정지역에서 1가구 1주택자가 비과세를 받으려면 2년 이상 주택 '보유'에 2년 '실거주' 요건이 추가로 붙는다.

이렇게 서울 대부분이 비조정지역이 되면서 2년간 거주하지 않아도 1가구 1주택에는 12억원까지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거주할 곳이 조정지역일 때 5억원에 산 집을 12억원에 팔면 2년간 거주 시에는 양도 차익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2년을 직접 살지 않고' 팔면 차익 7억원에 대략 최대 42% 일반세율을 적용받는다.

차익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비조정지역에서는 실제로 집에 살지 않아도 1주택자는 차익 7억원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받는다.



유찬영 세무사무소 가문 세무사는 "1주택자는 무조건 비과세를 통해 자산을 불려야 하는데 서울에서 거주하지 않아도 세금을 면제받으니 지방 수요를 자극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 해제가 본격 시행된 지난 1년간 서울 외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 늘었다.

최근 1년(2023년 3월~2024년 2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비서울 거주자 비중은 24%로, 2년 전(20%)보다 4%포인트 높다.


2022년 하반기 전국 아파트 가격 하락이 본격화됐는데 지난해 서울만 빠르게 반등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실수요자에 지방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서울에서는 급매가 빠르게 소진됐다.

비서울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6월 28%까지 치솟기도 했다.


서울 전세가가 오르며 갭이 줄어든 영향도 주효했다.

서울은 2년 전 역전세가 발생한 후 빠르게 전세 매물이 소진돼 전셋값이 46주째 오르고 있다.

서울 성동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는 오르는데 전세 매물이 귀하다 보니 요즘 투자 목적으로 서울 집을 매수하려는 지방 분에게서 문의가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각종 교통 호재로 입지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수도권을 향한 외지인들 관심도 뜨겁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으로 시세가 상승한 동탄처럼 GTX 노선 개통이 수도권에 대한 '서울의 확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GTX-A 노선 중 2개 역(대곡역·창릉역)이 위치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는 2월 0.33%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달 덕양구 아파트의 외지인 매매 건수는 146건으로 전국 1위였다.

1월 76건에 불과했으나 한 달 만에 외지인 매매가 92% 뛴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 활황기였던 2021년 9월 178건 이후 덕양구에서 외지인 매매 건수가 가장 많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