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사야돼?”…‘금·은’에 유가까지 안오르는게 없네

유가 5개월만에 90불 웃돌자
S-OIL·GS 등 정유주 급등
美엑손모빌 한달 13% 상승
“실적개선 2분기도 이어질 것”
금·은 랠리에 ETF 동반상승
LS, 구리값 급등에 30% 쑥

7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차량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기준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L)당 1647.0원으로 전주 대비 7.5원 상승했다.

경유는 1540.2원으로 전주보다 2.0원 올랐다.

기름값은 당분간 휘발유를 중심으로 다소 강한 인상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2024.04.07.[이충우 기자]

경기풍향계로 불리는 국제 유가와 금, 은, 구리까지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근래들어 최고치 수준에 도달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지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한국과 미국의 주요 정유주가 들썩이는 한편, 이들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도 모두 급등하는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정학적 우려와 국제유가 감산 기조가 유가를 계속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76달러(6.74%) 급등해 91.17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말(배럴당 90.45달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되며 중동 위기가 고조된 이후 5개월만이다.

브렌트유는 올들어 17.88% 급등했고, 지난 한 달동안 10.74%가 올랐다.

JP모건은 오는 9월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급등세는 일단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때문이다.

지난주 초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고, 이란이 보복을 천명한 이후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CIBC 프라이빗 웰스는 “원유 공급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유가에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는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도 한몫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협의체(OPEC) 플러스(+)는 2022년부터 이어져 온 자발적 감산을 오는 6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감산 기조는 올해 하반기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급등세에 국내 정유주 주가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S-Oil(에쓰오일) 주가는 지난 5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77% 오르며 8만3500원에 마감했다.

연초 이후 23% 넘게 올랐다.

중앙에너비스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흥구석유(6.21%), GS(5.43%) 등도 대폭 올랐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유가가 70달러대에서 시작하며 (정유 기업들은) 지난 4분기 정유 적자 대비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더 부각된다”며 “올해 이익 모멘텀은 2분기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유 1위 기업 엑슨모빌도 최근 한달 동안 주가가 13% 올랐다.

같은기간 셰브론도 각각 8%,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13% 올라섰다.

이는 S&P500 지수가 이 기간 0.91% 오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률이다.

미국 주요 정유 기업들을 편입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XLE)’도 11.63% 상승하며 시장 수익률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값은 전일 대비 36.90달러(1.6%) 상승한 온스당 2345.40달러에 마감해 역대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미국 물가 상승의 장기화가 금 선물 급등세를 부추긴 것으로 관측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스티키한 인플레이션이 금 선물 베팅에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개인투자자의 수요도 더해졌다.

지난해부터 중국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망가지자, 개인들이 은행 예치 자금을 모두 실물 금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투자자들이 금 매입으로 헤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은과 구리 가격도 무섭게 치고 오르는 모습이다.

은 가격은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27.503달러로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구리도 1년새 최고치인 4.2360달러로 마감했다.


신한 은 선물 ETN(H)’는 최근 일주일새 8%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한투 구리 선물 ETN’도 7% 가까이 올랐다.

ETN은 원자재, 통화, 선물 등을 기초지수로 추종하며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금에 비해 박스권에 갇혀있던 은 가격은 최근 2년 만에 저항선을 뚫고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은은 금에 비해 산업 수요도 높은 편이다.

의료기기부터 가전제품, 태양광 전지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구리 가격 폭등세에는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함께 작용했다.

구리는 전선과 같은 전력 인프라에 많이 쓰인다.

최근 AI 붐과 함께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구리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1MW당 약 27톤의 구리가 쓰인다.

게다가 파나마, 페루 등 대규모 광산이 폐쇄하고 중국 제련소마저 공동 감산을 발표하면서 구리 값 상승에 불을 지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현물과 선물가격 괴리가 확대되면서 추가적인 구리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구리 가격 상승에 덩달아 관련주 주가도 뛰었다.

구리 제련 사업을 하는 LS와 풍산 주가는 최근 한달새 각각 30%, 22% 넘게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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