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작년 말보다 거래량이 두 배로 늘어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일대 전경. 매경DB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매수 문의조차 없었는데 요즘 날씨가 풀리며 지난달부터 손님이 좀 돌아요. 일시적 반등일지, 거래량이 더 늘지는 지켜봐야 해요."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5일 이같이 말했다.


거래가 뚝 끊겼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서울 아파트는 거래량이 바닥을 찍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셋값은 46주째 상승 중이고 매매가는 2주 전부터 오름세다.

수도권 경매시장 낙찰가율도 20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 타이밍을 보고 있다.

2022년 미국발 금리 인상 충격에 고꾸라지던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거래량이 늘며 반등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도 매수 심리에 긍정적이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바닥을 찍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2022년 10월 559건으로 바닥을 친 후 2023년 1월 1413건, 4월 3186건으로 늘며 8월 3899건까지 회복됐다.

그러다 하반기 다시 거래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11월 1843건, 12월 1824건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해 1월 2568건, 2월 2500건에 이어 이달 5일 집계 기준으로 지난달 2561건을 기록했다.

부동산 실거래는 계약 한 달 이내에 신고하는 게 의무라 최종 거래량은 이달 말께 확인된다.

3월 잠정 집계가 2월 거래량을 넘어서 이보다 더 늘 전망이다.



지역별 대표 단지 거래량 회복세도 뚜렷하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는 전용 84㎡가 지난달만 18건 팔렸다.


이 평형은 지난해 11~12월 거래량이 월 10건 이내였으나 올 초에는 거래량이 치솟던 지난해 7~8월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난달 25층이 21억4000만원에 팔려 2년 전 전고점(21억원대)을 넘겼다.


지난해 반등장 때 서울 송파, 서초 단지 중심으로 거래가 늘었다면 요즘은 성동, 마포, 양천, 노원 등에서도 거래가 늘고 있다.


부동산 정보앱 아실에 따르면 서울 성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59㎡는 3월에만 8건 팔렸다.

지난해 7월 8건을 찍고 8월 2건, 9월 3건, 10월 3건, 올해 2월 3건 등 가뭄에 콩 나듯 거래되던 곳이다.


서울 양천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전용 84㎡)도 지난해 10월 2건, 11월 3건, 12월에 4건 거래됐지만 올해 1월 9건, 3월 7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강남 3구가 반등을 주도할 때 소외됐던 노원도 거래가 늘고 있다.

서울 노원 중계그린(전용 49㎡)은 3월에 총 6건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전 거래가 1건이던 곳이다.

미처 신고되지 않은 거래도 감안하면 실제 3월 거래는 더 늘 수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송파, 마포가 많이 오르니 안 오른 지역이 싸 보인다며 매수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월 거래량이 최고 1만건에 달했던 2019~2020년에 비하면 아직 본격 반등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건대로 3년 전보다 2배 넘게 쌓였다.

매물 적체가 심하고 거래량도 대세 상승기보다 한참 낮아 상승보다는 침체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아파트값 폭등 이후 각종 규제가 작동 중인 현재와 4년 전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경매전문가 백희진 작가(필명 네이마리)는 "지금은 취득세 중과가 있어서 다주택자들이 움직일 수 없고, 강력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있다.

철저한 실수요장으로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1주택자가 움직이고 있어 그때와 비교할 수는 없다"며 "거래가 줄어들다 다시 늘어나는 현재 '추세'를 봐야 한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업계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 완화와 서울 아파트 용적률 상향 등 최근 정부 정책이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맞벌이 소득 기준을 연간 2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출은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상인데, 실제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 실행 후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 강북, 관악 등에서 거래가 늘었다.


또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 서울 노후 아파트도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이 개선되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강북권 고밀 아파트 용적률을 1.2배 상향해 최대 36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노원·상계 일대 대단지가 수혜지로 꼽힌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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