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생산능력 향상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SML의 '대(對)중국 장비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차단할 방침이다.

신규 장비 판매를 제한한 것은 물론, 이미 판매한 장비의 유지보수를 거부하라고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오는 8일 네덜란드 정부 당국자들과 ASML 관계자들을 만나 ASML의 서비스 계약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미 정부의 수출통제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안보국(BIS)의 책임자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리들도 에스테베스 차관과 함께 네덜란드를 방문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견제하는 미국의 압박으로 ASML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ASML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 분야의 독보적 업체다.

노광장비는 극자외선(EUV) 등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는 장비다.


지난 3일 대만을 강타한 강진 피해를 집계할 때에도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의 노광장비 손상 여부가 큰 관심을 모을 만큼 반도체 생산 공정에 없어서는 안될 설비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수출통제 전 중국이 수입한 ASML 장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유지와 보수에 필요한 서비스 또한 제공하지 말 것을 네덜란드 정부와 ASML에 요구해왔다.

미국은 ASML의 장비를 수입하는 것이 제한된 중국 반도체 생산공장 명단에 다른 중국 공장을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네덜란드 외교부는 에스테베스 차관이 방문한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어떤 의제를 논의할지는 밝히지 않으며 "각국은 기술적·지정학적 발전을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의 네덜란드 방문은 최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방중에 따른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뤼터 총리는 지난달 26~27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반도체 무역을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5일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옐런 장관은 중국의 과잉생산과 불공정무역에 대해 우려를 전하며 개선을 압박했다.

옐런 장관은 이틀간 중국 경제 분야 실세 관료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양국 경제 관계에 대해 논의한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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