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 세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사이버 공격을 벌인 결과 작년 한 해 피해를 본 기관이 5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가상화폐는 작년에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핵무기 개발 등 불법적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미국·일본 3개국 유엔 대표부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사이버 안보를 주제로 '아리아 포뮬러 회의'를 공동 주최하고 북한의 사이버 공격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해커 문제를 다룬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3국은 올해 모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이다.


아리아 포뮬러 회의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 요청으로 열리는 비공식 회의로 안보리 공식 의제에 등재되지 않거나 이사국 간 이견 등으로 공식 회의 개최가 어려운 주제를 논의할 때 주로 소집한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랜섬웨어 같은 사이버 공격이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이라며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이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황 대사는 북한이 금융 제재망을 피해 전체 외환 수입의 50%를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 획득했다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며 "불법적 사이버 활동이 안보리의 제재 효과를 약화해 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또 "유엔 회원국 금융기관 50곳 이상이 북한의 지원을 받는 해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미국은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사이버 작전으로 얻은 수입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직접적으로 지원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발레리아 케네디 조사국장은 "북한이 2023년에만 10억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안보가 국제평화나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안보리 공식 의제로 채택되지는 못했다.


한·미·일 3국은 이번 회의가 향후 북한의 불법적 사이버 활동에 대해 안보리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지난달 말 안보리 북한제재위 전문가 패널에 대한 임기 연장 결의가 부결된 이후 대북 제재 논의를 이어가는 장으로 마련됐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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