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정도는 대충 넘어가도 된다는 민주당…이런 당이 제1야당인건 비극 [기자24시]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 참석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 <연합뉴스>

지난 금요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과 관련한 팩트체크 기사를 쓰다 보니 국회의원 자리의 무게감을 생각하게 됐다.

의원이 되려고 마음먹는 순간 과거의 작은 치부조차 샅샅이 드러나게 된다.

겸허함과 진실됨이 요구되기에 그 자리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느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양 후보가 퇴근길 유세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고 이런 생각이 순진무구했음을 깨달았다.

양 후보는 딸의 11억원 대출이 편법임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이 과오에 대한 용서를 구할 용기가 아니라 남 탓으로 돌릴 ‘뻔뻔함’이란 사실을 잠시 망각했던 것이다.

양 후보 주장대로 그를 둘러싼 논란이 ‘가짜뉴스’일까. 팩트체크는 상당히 쉬운 취재에 속했다.

대법원 등기부등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자 재산 내역,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확인을 거치니 사실관계가 쉽게 파악됐다.

양 후보가 대부업체에서 6억원 가량을 빌린 뒤 그의 대학생 딸이 사업자대출을 통해 11억원을 빌려 이 채무를 상환한 사실은 모두 문서로 남아 있다.

‘가짜뉴스’는 대체 어느 부분을 말하는지 그는 설명하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그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를 편법 대출로 구입했던 2020년 8월은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단독으로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켜 전셋값 폭등이 시작된 시기였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세입자들이 전세 난민으로 전락해가는 사이 그 정당에 몸담고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자는 대출 규제 우회를 통한 ‘영끌 투자’에 여념이 없었다.

뒤늦게 양 후보는 아파트를 팔고 이익을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만시지탄이다.

그와 그가 속한 민주당이 선거 유세에서 외치는 개혁과 정부 심판은 민주당에서 잊을 만하면 터지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란 점에서 희극적이다.

민주당은 정당 강령으로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실현’을 적시하고 있다.

양 후보의 꼼수 부동산 투자가 공정과 평등의 가치에 기여한다고 보는 걸까. 양 후보를 둘러싼 논란의 진짜 문제는 단순히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정도는 대충 넘어가도 된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민주당이 제1야당이란 점은 나라 전체로 보면 비극이다.

김유신 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