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비 뻥 뚫린 주일 한국대사관…외부인 침입해 내부 활보

지난달 관저 쪽 담장 넘어 진입
대사관 내부 자유롭게 돌아다녀
경비업체는 검거 못하고 뒤만 쫓다
담 넘어 도주할 때 日 경찰이 체포

주말에 화재경보 20여분 울려도
대처하는 사람 없이 내버려 두기도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전경 [외교부]
주일본 대한민국대사관에 지난달 외부인이 침입해 한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 출근 시간 이전에 벌어진 일이라 인명피해 등은 없었지만, 외교공관에 외부 침입자가 난입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어서 외교부의 대사관 관리능력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오전 8시경 신원 불명의 젊은 남성이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의 관저 쪽 담장을 넘어 대사관 내부에 난입했다.

이 남성은 관저와 붙어 있는 지하주차장 쪽에서 나와 대사관 내부를 두루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침입 남성은 다시 관저 쪽 담장을 통해 도주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 경찰에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대사관 경비는 외부는 일본 경찰이, 내부는 대사관이 자체 고용한 경호업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해당 남성이 담장을 넘어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확인했지만, 대사관 내부가 치외법권이라 대사관 쪽 요청이 없어서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내부 경호업체는 남성의 침입 사실을 인지했지만 적극적으로 검거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최저가 입찰제에 따라 대사관 경비는 2년 전 현재의 업체로 바뀌었다.

해당 업체는 경호와 관련해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나이가 많은 고령 인력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일교포는 “대사관 앞은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사람도 종종 있고 다양한 명목으로 집회를 하는 사람도 많다”며 “침입한 남성이 폭탄이라도 들고 대사관에 난입했으면 어쩔 뻔 했냐”며 안일한 대사관의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에는 주말에 대사관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18분간 화재경보가 울렸는데도, 아무도 상황파악을 하려고 하지 않고 저절로 경보가 꺼질 때까지 놔둔 것이다.


당시 대사관 내부에는 주말에도 근무하기 위해 일부 직원이 출근했으며, 경호업체 담당자 등도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제 화재가 발생해 경보가 울린 것이 아니고 오작동이었다는 점이다.


주일대사관은 1962년 재일 한국인 사업가 서갑호 방림방적 회장이 당시 전쟁으로 피폐했던 조국에 도쿄 미나토구의 금싸라기 땅을 기증하면서 만들어졌다.

진짜 화재가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기증한 곳이 화마에 휩쓸렸을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이에 대해 주일한국대사관 담당자는 “해당 사건은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황으로 지금 단계에서는 얘기하기가 곤란하다”며 “경비강화책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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