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진짜 밸류업 했네”…1분기 자사주 5조 소각한 기업들 어디?

저평가 해소 정부정책 맞춰
대기업들도 소각 대열 동참
소각 규모 3년새 24배 뛰어

밸류업 정책 구체화 기대감
올 소각 규모 10조 넘을수도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맞춰 국내 상장사들이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5조원을 넘기며 1년새 3배 이상 급증했다.


4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공시를 취합한 결과 올해 1분기 자사주 소각 규모는 5조346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소각 규모(1조6720억원) 대비 220% 급증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상장사들의 연간 자사주 소각 규모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결산 때 배당 지급이 몰려 있는 만큼 3~4분기에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자사주 소각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1분기 2242억원에 불과했던 자사주 소각 규모는 3년새 24배 훌쩍 뛰었다.


자사주 소각 규모뿐만 아니라 소각에 동참하는 기업 수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사주 소각 발표 기업 수는 58곳이다.

지난해 1분기 38곳보다 20곳이나 늘었다.

2022년, 2021년엔 각각 16곳, 8곳에 불과했다.


자사주 소각 땐 발행주식 수 감소로 인해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된다.

주당순이익은 증권가에서 적절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평가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최근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기업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기업들이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준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부담을 낮춰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통 주가는 주당순이익을 추종하기 때문에 주당순이익이 개선되면 주가는 상승한다.

때문에 그동안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말고 소각까지 진행해야 진정한 주주환원”이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선진국의 주주환원율은 70%인데, 한국은 30% 미만에 그치고 있다”며 “자사주 의무 소각 전면 시행이 어렵다면 단계별 시행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무적인 건 올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상장사들의 소각 규모가 지난 3년 대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7936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는데, 이는 2021~2024년 자사주 소각 상장사 순위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배터리 업황 둔화 우려에 주가가 3년 연속 하락 중이다.

이에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주가 부양의 의지를 시장에 선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강화 요구를 받았던 삼성물산도 7676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21~2024년 동안 가장 많은 자사주 소각 규모를 발표한 곳은 SK텔레콤으로 2조3659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올해 연 환산 배당수익률도 약 6.4%로 높은 편이다.

배당 수익과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주가 상승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셈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되면서 단순히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아닌 높은 배당수익률과 향후 자사주 소각이 기대되는 종목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SK텔레콤의 주주 이익 환원 정책은 2024~2025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주환원 성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상장사는 메리츠금융지주다.

합병 전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을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총 1조9946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소각 횟수도 15번에 달해 단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시장에 주주환원 강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2021년 348% 급등했고, 올해에도 40% 상승 중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22일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발표한 바 있다.

유통주식 수 대비 3.1% 수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파격적인 금액이란 평가다.


‘만년 저평가’ 신세였던 4대 금융지주들의 자사주 소각도 줄 잇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신한지주가 총 1조2778억원, KB금융이 1조417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그 뒤로 하나금융지주 5999억원, 우리금융지주 3366억원 순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상장사들의 연간 자사주 소각 규모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결산 때 배당 지급이 몰려 있는 만큼 3~4분기에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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