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은 보험사들이 분주한 달이다.

올 한 해 주력으로 판매할 신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기존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보험사들의 새 회계연도는 4월에 시작했고 이 시기에 대거 상품을 선보였다.

회계연도(1~12월)는 바뀌었지만 이 같은 관행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은 예년보다 더 특별하다.

보험 상품의 내용과 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재조정된다.

보험개발원이 올해 초 주요 질병의 발생률과 평균 수명 등을 반영해 경험생명표를 5년 만에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 자료는 참조순보험요율(참조요율)과 함께 보험사들의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된다.

신상품과 더불어 개정된 상품들이 쏟아지고 보험금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이 같은 변화를 파악하고 보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다.


보험사들은 이달부터 새로운 보험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업계 최초'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신선한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 1일 하루 단위 보장이 가능한 '삼성 굿데이 일상생활플랜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삼성생명이 처음 출시한 디지털 플랫폼 임베디드(embedded) 보험이다.

임베디드 보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말한다.

예컨대 여행 플랫폼에서 여행 상품을 구매하면서 보험에 가입하는 식이다.

주계약을 통해 각종 재해를 보장하고, 32종의 특약을 통해 맞춤형 보장 설계가 가능하다.

보험기간은 짧게는 2일부터 최장 3년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하루 단위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등산이나 마라톤 등 취미활동을 할 때도 유용하다.


한화손해보험 역시 같은 날 여성 운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해 사고를 폭넓게 보장하는 '한화 시그니처 여성 운전자 상해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복부, 등, 발·손목, 손 등 여성 운전자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상해 부위를 담보하는 '여성주요상해진단비' 특약을 신설했다.

또 여성 생애 1~5종 상해 수술비 특약도 추가했다.

운전자 고유 위험인 비용 담보도 강화해 여성 운전자가 운전 중 과실로 일반 교통사고를 낸 경우 '대인형사합의실손비'와 '자동차사고변호사선임비'의 보상 범위를 기존 상해급수 1~7급에서 14급까지 확대하고, 보장금액도 기존 30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높였다.

장기보험 최초로 차대차 사고 시 차량에 동승한 반려동물이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고객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을 보장하는 특약도 눈길을 끈다.


흥국화재는 궤양성 대장염, 간경화,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암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질병 48종의 수술비를 보장하는 '흥굿(Good) 모두 담은 암보험 플러스'를 내놨다.

암이 발생하기 직전 단계의 질병에 대한 수술비를 보장하는 상품은 업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 상품은 흥국화재가 작년 8월 출시한 '흥굿 모두 담은 암보험'(이하 모두암)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기존 장점은 유지하고 보장은 강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 모두암은 신체 부위를 6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에서 암이 발생하면 진단비를 1회씩 총 6회 보장했지만, 새 상품에선 신체 부위를 8그룹으로 더 세분화하고 진단비도 8회로 늘렸다.

업계 최초로 항암방사선약물치료비와 원발암 후 전이암에 대한 진단비도 추가 보장한다.


소비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보험료다.

우선 암보험료는 전반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5년 만에 개정된 제10회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남성·여성 모두 평균 수명이 증가해 사망률이 낮아졌다.

반면 암 발병은 증가하는 추세여서 암보험료가 소폭 인상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실제 암보험료 인상률은 1~2%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암과 더불어 3대 질환인 뇌와 심장 질환 관련 보험료는 내려갈 전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다수의 생명보험사가 참고하는 보험개발원 참조요율의 경우 뇌와 심장 질환이 세분화되면서 보험료 인하 여지가 생겼다"며 "다만 건강보험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손해보험사들은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가 풍부해 자체 요율을 이용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상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은 손배보험사의 자체 요율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같은 질병 보장이면 손보사의 상품이 가격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생보사들의 공격적인 진입으로 손보사와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종신보험은 개정 경험생명표에 따라 보험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환급률은 대체로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 간 과열경쟁 자제를 당부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연금보험은 고령의 연금 수령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 상품보다 받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보험사들은 신상품과 별도로 기존 상품에 새로운 특약을 추가해 '신상품'처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여러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보험 리모델링(재설계)'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보험 리모델링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단점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보험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갱신형이 많아서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부담스럽거나, 보험 기간이 짧고, 기존 가입한 상품들의 보장이 겹칠 경우엔 리모델링을 검토하면 좋다.


전문가들은 기존 보험 상품을 정리할 땐 보장성 보험보다 저축성·투자형보험부터 해약하고, 과거 상품 조건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최근에 가입한 보험부터, 세제 혜택이 없는 보험부터 깨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할 땐 월 보험료 납입기간은 20년, 보장 기간은 90세까지로 설정하고, 보험료는 소득의 8~10% 이내가 적당하다는 게 공통된 조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4월 이후 보험료가 무조건 오르거나 내린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자신에게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보장을 최소 2~3개 설계해서 꼼꼼히 비교한 뒤 가입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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