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괜찮나”…갭투자 몰린 서울 빌라, 전세 줄고 경매 늘고

서울 빌라 전세거래, 1분기 기준 급감
2022년 2만4786건→올해 1만4594건
채권자가 강제로 넘기는 임의경매는 급증
월평균 2022년 55.6건→올해 96건으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 일대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한 행인이 서 있다.

불법 중개업자들이 벌인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 지역의 전월세 문의가 급감했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매경DB]

빌라(다세대·연립 주택 등)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세 거래는 줄고 있는 반면, 법원 경매는 늘고 있다.

최근 전셋값이 오르고 저가 급매물에 대한 매입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4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빌라의 전세 거래량은 2022년 1분기 2만4786건에서 2023년 1분기 1만8771건, 올해 1분기(3월31일 집계 기준) 1만4594건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22~2023년 저금리 시절,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한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투자방식) 수요가 몰렸던 빌라에 지난해 역전세와 전세 사기 우려가 집중된 것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세대·연립 주택에 비해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면서 “빌라 임차인들은 순수 전세 대신 임차보증금 비율을 낮출 수 있는 보증부 월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의경매는 증가하고 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담보물을 경매에 넘겨 채권을 회수하는 강제집행 절차다.

부채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전세금 반환에 실패한 빌라 임대인의 물건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이다.


서울 지역 빌라 임의경매 건수는 2022년 667건에서 2023년 818건으로 22.6%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들어 2월까지 192건을 기록했다.

월평균 건수로 환산해 보면 2022년 월 55.6건에서 2023년 월 68.2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월 96건으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빌라가 밀집한 강서구의 임의경매 건수는 지난해 140건으로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1∼2월 임의경매 건수는 39건이었다.

월평균 경매 건수가 지난해 11.7건에서 올해 19.5건으로 급증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강서구에 이어 관악구(92건), 양천구(65건), 동작구(64건), 은평구(63건), 금천구(59건), 강북구(39건), 도봉구(34건), 구로구(31건) 등지에 빌라 경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강서구(11.7건→19.5건), 관악구(7.7건→11.5건), 양천구(5.4건→8건), 동작구(5.3건→7건), 금천구(4.9건→6.5건), 성북구(1.3건→4.5건) 등 총 18개 구는 올해 월평균 경매 건수가 작년보다 늘었다.


한편, 올해 들어 2월까지 전국의 빌라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율이 70%를 넘어서면서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전세였던 빌라 시장에서 월세가 급증한 건 전세사기의 영향이 크다.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 부산과 대전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천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 피해들이 속출하며 빌라는 기피대상이 됐다.


여기에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조건을 강화한 것도 월세 선호를 가중시키는 원이으로 지목된다.

공시가격의 150%까지 가능했던 전세보증금 기준이 126%로 낮아지며 집주인은 한도를 넘어선 부분은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빌라 공급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연립과 다세대를 포함한 빌라 착공 물량은 1만1893가구로, 전년 대비 70% 넘게 급감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빌라는 적정 가격 산정이 쉽지 않고, 거래가 드물어 투명한 시장을 조성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국민의 절반은 빌라 등 비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빌라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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