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원에디션 강남’의 테라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고급화와 차별화를 내세워 높은 가격에 분양됐던 하이엔드 주거시설이 입주를 앞두고 홍보 및 상품 안내 자료와 다르게 지어져 수분양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엄연한 사기 분양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 복구가 빠르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원에디션 강남’의 입주가 시작된 가운데 분양 사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수분양자 사이에서는 계약 해지 움직임까지 엿보이는 상황이다.


이 건물은 지하 5층~지상 20층, 3개동, 도시형생활주택 전용면적 26~49㎡ 234가구, 오피스텔 전용면적 43~82㎡ 25실로 구성된 주거시설이다.

분양가는 9억4000만원~22억원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프라이빗 테라스’를 갖춘 물건이 문제가 됐다.

테라스를 점유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분양가가 다른 타입 대비 비쌌지만, 완공 후 사전 점검을 진행하니 베란다보다 테라스의 높이가 더 높아 거실창의 3분의 1가량을 가리는 ‘반지하뷰’가 됐다.


또 테라스가 가구전용이 아닌 공용부분이라 경계석을 밟고 올라서면 누구든 세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고, 비가 내리면 빗물이 고여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시행사가 분양 당시 배포했던 홍보 카탈로그와 홈페이지를 확인해 본 결과 베란다와 테라스가 수평을 이루는 구조였다.

시행사는 GL산업개발,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도면과 동일하게 시공했다는 입장이다.

GL산업개발은 조감도와 모형도를 통한 표현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수분양자들과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텐 삼성’에서도 분양 사기와 관련해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이 건물은 지하 3층~지상 12층, 전용면적 50~146㎡, 96실, 전 호실 복층형 오피스텔이다.

분양가는 9억8000만원~31억9000만원이었다.

평(3.3㎡)당 분양가가 1억원이 넘었지만 하이엔드를 표방하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시행사는 인피니티포인트, 시공사는 보미건설이다.

전 세대 4.5m 층고로 개방감을 높인 복층 구조라던 마케팅과 달리 완공된 모습은 창고로 사용할 수 있을 법한 다락방에 가까워 수분양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카탈로그에 실린 조감도도 예고 없이 바꾸면서 공분을 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텐 삼성’의 홍보용 카탈로그의 조감도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변경됐다.

[매경DB]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에 거주 중인 입주민들은 토사 붕괴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이 건물은 지하 2층~지상 6층, 90가구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이다.

바짝 붙어 있는 매봉재산을 깎고 형질 변경을 하면서 산비탈이 건물을 둘러싼 형태가 됐는데 옹벽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붉은 흙더미가 보이고 비가 내리면 흙더미가 후두둑 떨어진다.

홍보용 책자에 따르면 정원이 있어야 할 자리다.

그럼에도 서초구청이 내린 준공 전 사용 허가 때문에 수분양자들은 울면서 겨자 먹기로 이삿짐을 들여야 했다.


전문가들은 분양 홍보·광고 및 견본주택 모형도와 준공 후 실물이 달라 선 분양을 받은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관련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한 시행사에게 분양 계약 취소와 같은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면 피해 사례가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체계가 허술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류만 검토한 뒤 준공 승인을 내리는 시스템이 반복적인 분양 사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사의 정보와 건축심의 내용, 관리 및 감리 보고서 등을 대대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분양자들이 계약 당시 준공 후 상태를 예측해 허위·과장된 부분이 없는지 등을 미리 따져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반복되는 분양 사기를 막기 위해서 계약자들을 기만한 사실이 입증된 경우 페널티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청약 신청을 하기 전에 인근 지역 사업계획을 살펴보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시행사보다 시공사인 건설사가 유명하다보니 시행사에게 받은 도면대로 공사한 건설사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어 안타깝다”며 “도면과 홍보 자료가 다른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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