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 너무 싸서 칸막이로 쓴다”...중국산 공세에 발끈한 유럽

-獨·네덜란드서 정원울타리로 사용…높은 옥상설치 비용도 한몫
-IEA, 연말까지 세계수요 3배 달하는 공급과잉 예상
-中 불공정 보조금 조사·유럽 태양광 제조사 지원 확대 계획안 나와
-오는 15일 EU 에너지장관·산업계 공동 서명 예정

[사진 = 연합뉴스]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물량공세로 유럽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비롯한 불공정행위 평가에 착수했다.


2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저렴한 태양광 패널이 초과공급되면서 독일과 네덜란드 등지에선 태양광 패널이 정원 울타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원래 지붕에 설치돼야 할 태양광 패널이 높은 인건비와 사다리 비용으로 인해 더 낮은 발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정원 울타리로 설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전문 데이터 분석기관인 블룸버그 NEF의 제니 체이스 수석 태양광 분석가는 FT에 “태양광 패널 가격이 너무나 저렴해져서 유럽은 모든 곳에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며 “인건비, 비계와 같은 설치 비용이 옥상 태양광발전 시스템 설치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당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연말까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량이 1100기가와트(GW)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수요 전망치의 3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IEA는 중국의 제조업 과잉이 이같은 태양광 초과공급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태양광 패널 가격이 추락하면서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의 실적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지난달 말 태양광 패널 가격은 와트당 11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고, 패널 제조사간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면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22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글로벌 태양광 패널 공급망에서 중국의 압도적 지배력을 상기시키는 취지로 발간한 특별 보고서 중 일부 내용. [출처=IEA]
지난달 중국의 세계 최대 태양광 회사 융기실리콘자재는 8만명의 인력 중 5%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내 태양광 회사들도 최근 일자리 감소, 공장 폐쇄, 파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태양광 패널을 생산해 유럽에 판매하는 이탈리아 퓨투라선(FuturaSun)의 알레산드로 바린 CEO는 FT에 “와트당 15센트라는 ‘레드라인’ 아래에서는 유럽 회사들이 패널 제조에 투자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유럽태양광제조업협회는 지난 2월 EU의 긴급 지원 없이는 유럽 내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이 곧 문을 닫기 시작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FT에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관련해 “불공정행위 혐의에 대한 모든 증거들을 평가하고, 유럽 태양광 패널 제조사의 EU 자금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FT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15일 해당 계획안에 대해 EU 에너지 담당 장관들과 산업계가 공동 서명할 예정이다.


앞선 27일(현지시간) 제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으로 인한 글로벌 파급효과가 우려된다”며 “중국의 과잉생산은 전 세계 가격과 생산을 왜곡하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과 근로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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