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 34만 가구 청년층에…4050계층 역차별 논란에 2030 로또주택 우려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성남복정1지구 위례 현장접수처 인근 담벼락에 공공분양과 사전청약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 박형기 기자]

정부가 5년 내로 청년·서민 공공주택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지·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뿐더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요마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2027년까지 청년층에게 공공분양주택 34만 가구를 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공급된 공공분양 주택(약 14만7000가구)보다 3배 많은 물량이다.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보유 자산은 부족하지만 점차 소득이 늘어나게 될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공공주택' 제공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청년층보다 더 절실하게 주택이 필요한 중장년층과의 형평성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택지와 장기 저리 모기지 등 공공 재원을 투입한 데 따라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공공주택이 이른바 '금수저' 등 소수 청년을 위한 '로또'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및 집값 내림세로 인해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이 모두 침체한 만큼 청년들의 수요가 있을지는 의문을 표했다.

청년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지만, 주택 수요는 없고 공급이 과잉인 상황에 분양 이후 집값 내림세가 지속할 경우 이러한 장점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공급량이 현실성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50만 가구는 분당신도시(약 10만 가구)의 5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즉, 50만 가구를 공급하려면 매년 분당신도시 규모의 물량을 5년 동안 공급해야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50만 가구 공공주택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윤석열표 공공주택'으로 첫선을 보이는 '나눔형'이다.

총 50만 가구 가운데 절반인 25만호를 차지하는 나눔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합친 유형이다.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하고, 5년 의무거주 기간이 지난 뒤 공공에 환매하면 시세차익의 70%를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공공에 귀속된다.

최대 5억원 한도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적용한 40년 장기 저리 모기지를 지원해, 주택 구매 초기 자금을 낮췄다.

예컨대, 분양가 4억2000만원인 주택을 분양받을 때 3억3600만원을 연 1.9~3.0%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목돈 8400만원이 있으면 된다.


나눔형은 분양가격이 시세의 70% 이하로 낮아 서울·수도권의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면 시세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이 재현될 수 있다.

분양가격의 80%를 40년 모기지로 빌릴 경우 대출금이 3억원을 넘기면 입주자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을 넘어 중·저소득 청년층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나눔형은 입지가 양호하고 분양가격이 높은 곳이 상대적으로 시세차익도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득이 적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느끼는 청년층은 분양받기가 어렵고 재력 있는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금수저' 청년층이 혜택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나눔형 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년의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1인가구 월평균 소득의 140%(올해 적용 기준 월 449만7000원) 이하로 제한된다.

여기에 부동산경기 침체가 길어져 거주 5년 뒤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하락하게 된다면 입주자가 차익 30% 회수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다분하다.


시장에서는 저렴한 임대료로 6년 동안 거주한 뒤 분양이나 4년 추가 임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형'이 청년층에게 좀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이번 공급 계획에서 선택형은 5년 동안 공급 물량이 10만 가구에 불과하고 청년 특별공급 비율도 15%로 낮아 청년층의 선택 기회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무주택자와 청년층에 대한 과도한 혜택으로 인해 세대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지난 5년(2018~2022) 동안 공급된 공공분양 14만7000가구 중 9만7000가구가 신혼부부를 포함한 청년층에게 공급됐고 5만 가구가 중장년층에게 공급됐다고 제시했다.

앞으로 5년간은 청년층 34만 가구, 중장년층 16만 가구가 배정돼 중장년층 해당 물량도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등으로 지금도 중장년층이 공공분양 청약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50만 가구 계획에서는 청년층 배정 비율이 종전 66%에서 68%로 되레 소폭 높아지는 것이어서 중장년층의 불만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이번 계획에서 청년층 공급 비중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등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초장기·저리의 정책모기지 혜택이 무주택자에게 집중될 경우 실거주 목적의 갈아타기 등 1주택자에 대한 정책적 안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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